우리기 행복해지고 싶은 이유는 한번 사는 인생, 이왕이면 잘 살고 싶어서다. 그렇다면 잘 산다는 것,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행복이라 부르는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즐거움일까? 아니면 심오한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는 것일까?
정답은 없다. 다만 수많은 과학적 연구에서 증명되듯 행복과 의미는 모두 좋은 삶으로 가는 길이 된다. 그런데 삶에서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최대한 누리길 원한다. 때로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하지만 '뜻밖의 경험'이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이시 시게히로〉
미국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오이시 시게히로는 30년 가까이 행복을 과학적으로 연구해왔다. 행복, 의미, 문화에 관한 최고의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심리학 분야의 여러 중요한 상을 수상했다. 지난 3월에는 「인생은 행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란 책도 펴냈다. 행복과 의미 너머, 좋은 삶을 위한 새로운 차원을 제시하고 있다.
◆행복의 함정
인간 대부분이 실행하고 감내하는 모든 일에는 숨겨진 동기가 있으니 바로 행복을 얻고, 지키고, 되찾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 디너가 실시한 대규모 국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가 행복이 돈, 사랑, 건방 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실로 행복은 전세계 사람의 공통 목표이고 또 그만한 가치가 있다. 연구 결과, 행복한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사회적인 것으로 밝혀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얄궂게도 맹목적으로 행복만 추구하다가는 도리어 불행해질 수 있다. 행복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행복의 유익한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탓이다. 압박감의 근저에는 행복을 성공의 징표로 여기는 현대사회의 문화 구조가 있다. 선진국이 된 한국이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왜 그리 순위가 낮은지 설명해주는 이유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는 휘게(hygge), 즉 안온함과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즐기며 만족스런 삶을 추구한다. '기대치를 낮추라, 가진 것에 만족하라'는 것이 덴마크인의 조언이다.
◆의미의 함정
행복에 흔히 제기되는 비판이 하나 있다. 행복한 삶이란 이기적인 삶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남을 위해 돈을 쓰고 봉사할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행복은 개인의 즐거움과 안락, 안정이 우선이라고 보면 일면 그 비판은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행복을 희생해서라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삶, 다시 말해 '의미 있는 삶'이 좋은 삶일까? 여기서 의미 있는 삶이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중요성이 있고, 뚜렷한 목적성이 있으며, 일관성 있는 삶이다.
의미 있는 삶은 누가 보더라도 훌륭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의미 있는 삶과 연관되는 성취가 너무 거창해서 그것을 목표로 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다 보면 관점이 편협해지고 독단에 빠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제3의 길-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
우리 삶이 단지 행복을 추구하고 의미를 찾는데서 멈춘다면 어딘가 허전하다. 거기에 하나가 더 필요하다. 바로 '정신적인 풍요로움'이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이란 관점을 바꿔주는 다양하고 독특하고 흥미로운 경험으로 가득한 삶, 우여곡절이 있는 삶이다.
오이시 교수가 평범한 대학생 200명의 일상 데이터를 통해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가 행복한 삶이나 의미 있는 삶보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선호했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호기심이 더 많고, 전체적으로 생각하며, 정치적으로 더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이 모두에게 적합하진 않다. 행복하거나 의미 있는 삶에는 평안과 안정이 따르는 반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은 불확실한 부분이 많고 종종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삶은 단 하나의 좋은 인생 경로를 선택해야 하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행복하고 의미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풍요롭게 살아가는 것, 이 모두를 적절하게 취할 수도 있다. 즉 '정신적 풍요로움'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목적지만큼 여정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함으로써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추구하는 과정의 가치를 깨달으면 후회가 없거나 적어도 덜 후회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오이시 교수는 풍요로운 삶을 위한 10대 목록으로 ▷후회 없이 살자 ▷안정보다는 자유를 ▷스페셜리스트가 되지 말고 제너럴리스트가 되자 ▷선택하기 전 열두 가지 후보지 탐색 ▷익숙한 것에서 풍요로움을 찾자 ▷부정적인 사건을 두려워하지 말자 ▷쓰고 말하자 ▷즉흥성을 발휘하자 ▷장난기를 발휘하자 ▷그냥 한번 해보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정재우 원재한의원 원장〉
정재우(69) 원재한의원 원장은 고향인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1983년 개원해 올해로 44년째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토요일 오전 진료까지 하다 보니 개인 시간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그 짧은 시간도 절대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한의사라는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학문과 독서, 취미활동 등을 병행하는 꽉 채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올 10월에는 칠순 기념으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평소 연습해온 피아노를 들려주는 이벤트를 계획 중이다.
-어떤 삶을 살아왔나.
▶한의사 경력 사십 년을 훌쩍 넘으니 이제 환자들과 만나는 진료실은 세상 어느 곳보다 편한 공간이 됐다. 한의사로서 일에 보람도 느낀다.
그렇다고 개원의로서의 삶에만 안주한 것은 아니다. 한의학 발전을 위한 학문 연구에도 많은 열정을 쏟아왔다. 10여년 전부터는 우리나라 유일의 양봉특구인 칠곡군에서 개원하고 있는 인연으로 양봉 산물 중 가장 활성이 좋은 '봉독'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봉독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봉독면역요법'의 표준진료지침을 준비 중이며, 봉독의 효능과 치료적 가능성을 학문적으로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면역학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전국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들을 카메라에 담아 도감으로 만드는 작업도 동호회(산들꽃사우회) 회원들과 30여년간 해왔다. '한국특산식물'(문광부 우수도서), '보현산의 풀과나무', '청송자생약초도감' 등이 그 결과물이다. 팔공산 전역의 식생을 기록한 '팔공산의 풀과나무'도 조만간 출간할 계정이다.
-무엇이 행복이라 생각하나.
▶지금껏 쾌락적인 행복보다는 의미적 행복에 더 무게를 두고 살아왔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오스트리아의 신경정신과 의사(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처럼 말이다. 그는 '죽음의 수용소'란 저서에서 "행복은 직접 추구할수록 오히려 멀어지며, 인간이 의미 있는 삶에 헌신할 때 행복은 그 결과로 따라온다"고 했다.
앞으로도 '나는 내 삶에 어떤 의미를 두고 살았는가,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으로 행복의 기준을 삼을 것이다.
이를 위해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는 것, 그래서 그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또 봉독이 향후 바이오 의학의 중요한 치료 전략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집중 탐구하고 양한방 통합 치료법을 개발하는 일에도 일조하고 싶다.
이 외에도 사실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5년 전 용기를 내 어렵게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는데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D960번 전곡을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배울 생각이다. 그래서 작은 연주회도 멋지게 하고 싶다. 또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일상의 기도처럼 하고 있는 불교 경전 금강경 필사작업도 그 과정을 담아 하나의 책으로 내고 싶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외손녀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시작한 영어회화 공부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작정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의 건강에도 더욱 각별히 신경 쓸 계획이다. 열심히 규칙적으로 운동하면서 지금까지 해 오던 일들을 하나씩 완성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삶이 될 것 같나.
▶본업과 부업(?)으로 하루하루가 바쁘고 정신없이 지나간다. 어찌 보면 이 또한 욕심이리라. 의미 있는 삶도 중요하지만 오늘 맞이하는 평화로운 일상 만큼 행복한 게 어디 있겠나. 나이가 들면서 더욱 그렇게 느낀다. 사소한 일, 찰나의 순간에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살아가려 한다.
지금부터는 하나하나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조금 느리고 덜 완벽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말이다.
아들딸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라는 것이다. 여력이 있다면 주위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공동의 선(善)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면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의 행복도 증진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상 시인의 시 '꽃자리'로 행복에 대한 답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그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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