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 연구팀이 기존 항암제를 활용해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함으로써 비만과 대사질환, 나아가 노화 자체까지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영남대 의과대학 박소영 교수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혈액암 치료제로 알려진 '호모해링토닌(homoharringtonine, 개비자나무 유래 성분)'이 정상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조직 내 노화세포를 줄여 염증을 완화하고, 비만과 혈당 조절 능력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대구시·경상북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성과는 지난달 31일 자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지난 2일 매일신문 취재진과 만난 박소영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를 "기존에 다른 용도로 쓰이던 약물을 노화세포 제거와 비만·대사질환·노화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규명한 '약물 재배치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항노화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노화를 직접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은 차세대 바이오 산업의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미 임상에서 사용 중인 약물의 새로운 기능을 밝혀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존 약물을 활용하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화와 대사질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노화세포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박 교수는 "노화세포는 자외선, 고혈당, 고지방, 염증, 약물, 음주·흡연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증식을 멈추고 기능이 변한 세포"라며 "이 세포들은 염증성 인자와 성장인자를 지속적으로 분비해 주변 조직 기능을 떨어뜨리고, 정상세포까지 노화 상태로 유도할 수 있어 학계에서는 '좀비세포'라고도 불린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처음부터 특정 약물을 정해놓고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연구팀은 임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약물 2천150개를 대상으로 두 차례 스크리닝을 실시해 노화세포를 줄일 수 있는 후보물질을 선별했다.
박 교수는 "다양한 종류의 노화세포에서 반복 검증을 거쳤고, 그 결과 호모해링토닌이 가장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동물실험은 고지방 식이로 비만을 유도한 생쥐, 자연 노화 생쥐, 조로증(조기 노화가 나타나는 유전 질환) 생쥐 등 다양한 모델을 활용해 진행됐다.
그는 "고지방식이 모델에서는 당대사 개선과 비만 완화 효과를 확인했고, 자연 노화 모델에서는 지방조직 노화 억제와 혈당 대사 개선, 장기 투여 시 수명 연장 가능성까지 관찰했다"며 "특히 조로증 생쥐에서는 움직임과 전반적 노화 지표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곧바로 치료제로 이어지기까지는 추가적인 검증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
우선 노화된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면서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밀 검증이 필요하다. 또 항암제와는 다른 용량과 투여 방식 설정, 비만 및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장기 안전성 평가 등도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박 교수는 "정밀한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특정 단백질을 보다 정확하게 조절하거나, 필요한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현재 이런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정밀 노화 치료제 개발을 케이메디허브와 공동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근감소증 등 근육 노화 분야로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박 교수는 "근감소증 연구에서는 근육량, 근력, 근육세포 크기, 조직의 노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며 "호모해링토닌이 근육 노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확인했고 국제특허도 출원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웅진식품과 공동으로 호모해링토닌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개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다양한 동물모델에서 효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작용 기전을 보다 정밀하게 밝히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근감소증과 같은 근육 노화 질환의 치료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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