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의 인공지능(AI) 관련 기능을 한국에 모으는 'UN AI 허브' 유치 경쟁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경북도 산업형 AI 기반과 전력 인프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주선언을 앞세워 유치전에 서둘러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지 선정 어디로
UN AI 허브는 UN의 AI 관련 기능을 한국으로 모으는 프로젝트다. 국제노동, 이주, 통신, 보건, 식량,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UN 기구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고 이를 한국의 공공·민간 부문과 연결하는 거점 성격을 갖는다. 허브가 국내에 들어서면 한국은 AI 기술을 활용한 국제 문제 해결과 AI 규범 논의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의사이자 미래학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차 의원은 국경없는의사회 등 국제기구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UN AI 허브를 설계하고 조율한 공로로 차 의원에게 감사패를 지난달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유치 작업도 현실성을 더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이주기구(IOM),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 UN개발계획(UNDP) 등 6개 주요 UN 기구와 UN AI 허브에 관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협력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최종 계약은 아니지만 각 기관이 협력 의지를 공식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가 유엔 기구와 함께 AI 허브 구상을 구체화하는 첫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UN AI 허브가 유치되면 UN 산하 기구들이 한국에서 AI 분야의 기술, 규범, 교육 등을 논의하게 된다. 한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커지고 파생되는 경제적, 외교적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연구원은 지난 4월 발간한 CEO 브리핑을 통해 "기존 국제기구 분소 개념을 탈피해 한국이 직접 설계하고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협력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입지다. 한국 유치가 추진되더라도 실제 허브를 어느 지역에 둘지는 별도의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와 맞물려 전국적인 유치전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8일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에 UN AI 허브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인천과 제주 등 다른 지역도 유치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차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오산도 강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UN AI 허브가 단순 행정기관이 아니라 글로벌 AI 협력의 상징성을 갖는 만큼 각 지자체가 지역 미래산업 전략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구경북 유치 전략은
지역에서도 대구경북이 UN AI 허브 유치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산업 기반과 전력 인프라, 국제행사 개최 경험 등을 감안하면 대구경북 역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송영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수석(전 대구시 빅데이터과장)은 대구가 산업형 AI를 실험하고 확산할 수 있는 도시라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자동차 부품, 로봇, 의료 등 지역 주력 산업과 AI를 결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설명이다.
송 수석은 "디지털 혁신 거점이자 기회발전특구인 수성알파시티,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 지역 대학, 상급종합병원 등이 촘촘히 엮인 거버넌스는 세계 어느 도시도 흉내 내기 어려운 대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경북 역시 AI 허브 유치에 필요한 기반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용석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경북이 전국 1위 전력 자립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북의 전력 자립률은 215.6%로 대규모 전력을 실시간으로 소모하는 AI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APEC 회의에서 채택된 '경주선언'도 경북의 중요한 명분으로 꼽힌다. 경주선언에 '아·태 AI 센터' 설립이 명시된 만큼 경주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AI 협력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경주 선언을 UN AI 허브 유치를 위한 국가적 외교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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