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여 전 9000대를 넘보던 코스피 지수가 6000대까지 수직낙하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짙은 공포가 번지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2.09포인트(10.84%) 내린 6023.66에 마감했다. 지난달 23일(910.71포인트 하락)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낙폭이자, 하락률로는 역대 네 번째다. 장 중에는 11%대까지 밀리며 6000대가 잠시 무너지기도 했다. 코스닥도 7.72% 급락한 705.85에 마감했는데 장 중엔 약 1년3개월 만에 700대를 밑돌았다. 두 시장 모두 장 초반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올 들어 여덟 번째다.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반도체 고점 우려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하이 증시 상장으로 공급 확대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 엔비디아를 둘러싼 순환 금융 논란으로 AI 수요 거품론이 다시 제기됐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3.39%, 14.65% 급락한 22만원, 15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전날 하락률은 올 들어 가장 컸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5조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오전 9시 52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8% 상승한 6112.75포인트에 거래되고 있지만 어제 하락분을 만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모습이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1.14% 하락한 697.82에 거래되면서 다시 700대 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7거래일 만에 반등해 전날보다 7.58% 오른 83.43으로 마감, 80선을 다시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식 커뮤니티에는 "다시는 국장(국내 주식시장)하지 않겠다", "오늘부로 퇴학(큰 손실로 원금을 대부분 날리고 시장을 떠나는 것)이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손절을 알리거나 아예 투자를 접겠다는 반응도 잇따른다.
5년간 주식을 해왔다는 한 투자자는 "한때 큰돈도 벌게 해준 고마운 수단이었지만 결국 원금까지 까먹고, 오기로 빚내서 투자했다가 퇴학당한다"며 "내년 결혼자금이었는데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물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레버리지가 녹아 없어졌다", "닉스 포모(FOMO·상승장에서 소외되는 두려움)에 샀다가 망했다"는 자조 섞인 후회도 터져나온다.
실제 증권가 현장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대형 증권사 한 지점장은 "기관들도 겁에 질려 공격적으로 매수세를 받아내지 못하고, 베테랑 PB들도 학을 떼는 장세"라며 "투자 경험이 짧은 고객은 이미 상당수 이탈했고 신용을 써가며 적극적으로 투자하던 고객들에게는 담보 부족 연락 정도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한 달 새 35% 급락…바닥 드러낸 개미들 매집 체력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한 달 넘게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려 왔다.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1단계)가 총 네 차례 발동됐다. 지난달 하순 전고점(9385.59)을 찍었던 코스피는 불과 한 달 새 35.82% 급락하며 '6천피'마저 위협받는 처지로 내몰렸다.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악재에 대한 내성도 빠르게 약해졌다.
이런 흐름은 매수 여력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은 이달 들어(1~27일) 코스피에서 12조741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떠받쳤지만 5월(35조940억원)과 6월(42조4010억원)에 비하면 매수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빚을 내 투자하는 열기도 식었다. 지난 27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7410억원으로, 6월 24일 최고치(38조6328억원)보다 6조원가량 줄었다. 초단기 빚투로 불리는 위탁매매 미수금도 지난 23일 9454억원으로 3개월 만에 1조원 밑으로 내려갔고 역대 최고치(139조6947억원)를 찍었던 투자자예탁금 역시 지난 27일 109조1674억원까지 감소했다. 외국인 매도를 받아낼 개인의 실탄이 마르고 있다는 의미다.
빚으로 산 주식이 강제로 처분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지난 5월(2.63%)부터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달 5.7%까지 올랐다. 지난 21일 596억원까지 치솟았던 반대매매 금액은 23~24일 70억원 안팎으로 급감했다가 지난 27일 다시 229억원으로 늘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빌린 돈을 기한 내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으로, 장 초반 매물이 쏟아져 지수 상승을 제약한다.
빠져나간 자금 일부는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35억8999만달러(약 5조2762억원)로, 지난 6월 순매수액(6억3296만달러)의 약 5.5배로 불어났다.
◆ "레버리지 청산 국면"…당국, 투자한도 규제 검토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기업 실적 악화보다 과도하게 쌓였던 레버리지가 청산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훼손된 것이 아닌 만큼 이번주 예정된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가 투자심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쇄 조정을 거치면서 시장의 면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 크다"며 "다만 실적 등 펀더멘털의 현실적인 둔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밸류에이션과 기술적 지표도 과매도 구간을 가리키는 만큼 현재의 하락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변동성을 키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추가 규제 검토에 나섰다.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매수에 필요한 기본 예탁금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개인이 보유한 금융투자상품 총투자액의 20% 이내로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선 오는 31일부터 예탁금이 현금 3000만원 이상으로 상향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금융투자업권 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수요가 충분히 진정되지 않을 경우 투자요건 추가 상향과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 추가 조치를 검토·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간사인 김남근 의원은 "상황을 보고 예탁금 3000만원이 부족하다면 올리는 방안도 자산운용사·증권사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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