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당(蕤堂) 김하종이 환선정(喚仙亭) 옛터에서 해금강 총석을 바라보며 그린 '환선구지망총석'에 파도 위로 등과 꼬리를 드러낸 고래가 있어 깜짝 놀랐다. 고래라니! 아마도 18~19세기 실경산수화의 유일한 고래일 것이다. "아~ 동해에 고래가 살지"라고 미소 짓게 한다. 강원도 해변에서 고래가 자주 발견된다. 해양생물학자들은 수중 암반이 잘 발달된 고성, 속초, 강릉 앞바다 지역이 물고기들의 주요 산란처이자 고래들의 사냥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리지 않았던 고래가 그려진 것은 현장성, 사실성에 대한 화가와 주문자의 생각이 통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비롯해 금강산, 관동팔경, 설악산 등 25점의 실경산수가 들어있는 '해산도첩(海山圖帖)'은 소화(小華) 이광문(1778~1838)의 기획으로 탄생했다. 그는 화가 김하종을 데리고 유람하며 그림으로 남기게 했다. 이광문은 "경치 좋은 곳에 이르면 문득 종이를 펴서 그 모습을 똑같이 그렸는데 만일 비슷하지 않으면 여러 번 고쳐 그리기를 꺼리지 않았다"라며 김하종과 실경에 대한 관점이 서로 맞았다고 했다.
주문자 이광문은 증조부 이재(李縡), 아버지 이채(李采)가 당대 최고 수준의 초상화를 남겼을 정도로 서화에 안목이 있는 집안이다. 화가 김하종은 당시 23세로 규장각에 소속된 궁중화원이었고 화원 명문가 출신이다. 아버지가 긍재 김득신이고 두 형이 모두 화원이며, 큰할아버지가 복헌 김응환이다. 김응환은 단원 김홍도와 함께 정조의 어명을 받들어 1788년 함께 금강산과 관동 일대를 '봉명사경(奉命寫景)'했다. 이 지역의 실경산수는 할아버지 대로부터 전수돼온 가전(家傳)의 비결이 있었을 것이다.
동해의 고래는 한국회화사의 첫 번째 주인공이다. 신석기 말기 또는 청동기시대로 추정되는 울산 대곡리 반구천 암각화의 주요 모티브가 고래다. 북방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참고래, 범고래, 귀신고래, 향유고래, 들쇠고래 등 최소 7종이 확인되고 50마리 이상이 새끼를 밴 모습,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 작살을 맞은 모습 등등으로 바위에 새겨져 있다. 왜 이렇게 새겼을까? 고래사냥을 위한 교육용 그림이라는 추정도 있다. 이 동해 고래들은 2025년 인류 최초의 고래사냥(捕鯨) 그림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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