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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노경석] 엔비디아의 '간택'을 넘어, 이제는 '질문할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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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석 경제부장
노경석 경제부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박 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다. 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잇달아 만나며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에 나섰다. SK하이닉스와는 차세대 AI 가속기용 메모리 공급을 포함한 다년간 파트너십을 맺었고, LG·현대차·네이버 등과도 AI 관련 협력을 논의했다.

한국 산업계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묵직한 질문도 남는다. 왜 우리는 AI 시대를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되지 못하고, 그들이 짜놓은 판 위에서 공급망의 한 축 역할에 머물러 있는가.

물론 한국에 엔비디아가 없는 이유를 교육이나 문화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미국의 벤처투자 생태계와 자본시장, 연구개발 인프라 등 여러 조건이 결합한 결과가 오늘날의 엔비디아다. 그럼에도 AI 시대가 요구하는 경쟁력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쳐 온 힘은 성실함이었다. 정해진 목표를 향해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달려가는 능력이다. 스탠퍼드 교육대학원 폴 김 부학장은 한국 학생들의 장점으로 "주어진 지도를 보고 오차 없이 최단 거리로 도착하는 능력"을 꼽은 바 있다. 실제로 한국은 이 능력을 바탕으로 선진국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았고 제조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게임의 규칙이 달라지고 있다. AI는 이미 데이터를 분석하고 코드를 작성하며 상당수 문제의 답을 제시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보다 아무도 던지지 않았던 질문을 만드는 능력일 수 있다.

젠슨 황이 세계 최고 기업을 일군 출발점도 성실함 자체는 아니었다. GPU를 범용 연산에 활용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이었다. 당시 업계 상식과는 다른 발상이었지만 그 질문이 결국 AI 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었다.

황 CEO는 방한 기간 한국이 뛰어난 제조업과 메카트로닉스, AI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칭찬이지만 동시에 현실에 대한 진단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강국으로 인정했지만 기술 패권을 주도하는 국가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제조업의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 역시 생산은 외부 파운드리에 맡긴다. 미래 산업의 경쟁력은 제조와 창의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제조 경쟁력 위에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능력을 얼마나 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교실과 조직 문화는 여전히 질문보다 정답을 중시한다. 실패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시도보다 검증된 방식을 선호하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보다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의 사고력에 있다. 여러 AI를 비교하고 연결하며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인문학과 예술, 사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정답을 찾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질문을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젠슨 황의 방한이 남긴 진짜 숙제는 HBM 수주 물량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최고의 공급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판을 설계하는 기업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제조 강국이라는 자산 위에 질문하는 능력을 더할 때 비로소 한국 산업의 다음 도약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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