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의 무게중심이 정치권 공방에서 국민들의 판단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9일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그 전후로 장윤기 사건(광주 고교생 피살 사건)에 대한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 단계 수사 누락과 현직 경찰인 피의자 부친과 관련한 증거인멸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다.
그래서 질문이 달라졌다. '검찰 권한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서 '경찰이 놓치거나 덮은 사건을 누가 다시 볼 것인가'로.
이게 '국민 법 감정'을 흔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유지 61%, 전면 폐지 23%의 반응이 나온 것(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안이 여야 간 정치 싸움의 재료가 아니라, 국민이 허용하는 형사사법 안전 마지노선의 문제로 떠올랐고, 지켜만 보던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국민 감정이 포착해온 법의 빈틈
법은 완벽하지 않다. 참혹한 사건이 제도의 빈틈을 드러내고 정부와 수사기관이 "현행법상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하면, 국민들은 "다음 피해자는 어떻게 막을 것이냐"고 따졌다. 이 질문이 임계점을 넘으면 필요한 법이 신설되거나 강화됐다.
1999년 대구에서 6세의 김태완 군이 황산 테러로 숨졌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종결됐다. 살인자가 시간을 버티면 국가의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지켜본 국민들은 분노했다. 결국 2015년 국회는 살인죄 공소시효를 없앤 '태완이법'을 통과시켰다. 비록 16년이나 흐른 뒤였지만 그간 숙성된 국민 법 감정은 시간이 범인의 방패가 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법전에 새겼다.
2008년 발생한 조두순 사건과 잇따른 아동 성범죄에 대한 국민 법 감정은 형기를 마치면 국가의 통제도 끝나는 제도를 개선했다. 낮은 형량과 재범 위험에 대한 공분에 2010년 국회는 성범죄자 전자장치 부착 기간을 최장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고 성충동 약물치료법도 통과시켰다. 국민들은 단순한 응보가 아닌, 재범 위험을 관리하는 국가의 책임을 요구했다.
2020년 정인이 사건은 수사기관의 판단 자체가 안전장치가 되지 못한 사례였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3차례 접수됐지만 경찰과 관계기관은 거듭해 아이를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정인이가 사망한 후 국민 법 감정이 폭발하자 2021년 국회는 아동학대 신고 즉시 조사 및 수사 착수 제도를 도입하고 현장 출입과 응급조치 권한도 강화한 '정인이법'을 통과시켰다.
국민 법 감정은 법 폐지를 막기도 한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형폐지국이지만, 법률상 사형제는 남아 있다. 그동안 폐지 법안이 총 10차례 발의됐으나 한 번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형제 존치 여론이 폐지 여론을 늘 앞서는 현실을 반영해온 것이다. 오판 가능성과 인권이라는 폐지 논리가 꾸준히 제기되지만, 국민 안전 공백은 이번 장윤기 사건이 보여주듯 100% 해소되지 않고 있기에, 국민들은 사형제의 범죄 억제력을 포기하지 못한다.
◆진짜 숙의? 전대용 숨 고르기?
국민 법 감정이 늘 정답인 건 아니다. 음주운전 재범을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윤창호법 일부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을 받은 전례는 분노가 법의 비례성·정교함을 대신해선 안 된다는 충고다.
그런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을 둘러싼 국민 법 감정은 맥락이 좀 다르다. 특정 범죄의 형량 강화·사후 관리·예방에 대한 요구가 아니라, 좀 더 상위 큰 테두리의 안전장치에 대한 우려다.
민주당은 일단 숙의 카드를 꺼내는 시늉을 했다. 법조계·학계·시민사회 견해를 듣는 공개토론회를 열고 내부 의견을 받는 의원총회를 마련했다. 그런데 23일 열린 토론회는 공동 주최를 한 의원 13명 중 4명만 참석해 사실상 파행이었다. 24일 열린 의총에서는 아예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했는데, 앞서 일부 의원들이 성폭력·아동학대·강력범죄 등엔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법안을 낸 터라 당의 방향이 과연 일치된 것인지 의원들끼리도 헛갈리고 바라보는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를 앞둔 김민석·정청래·송영길 등 유력 당권주자들은 되려 전대 전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으로 읽힌다.
이 경우 당론까지 나온 만큼 한 달 뒤 뽑힐 새 지도부가 관심이 지금보다 옅어지면 속도를 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당권주자들의 의지로 전당대회 전 강행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이는 국민 법 감정이 제도의 빈틈을 찾아 메워온 대한민국 현대사의 흐름이 거꾸로 작동하는 초유의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래도 당내 토론 여지는 남아 있다. 예외적 보완수사권 존치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은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예외를 만들자"(홍기원)거나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나 그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가 있어선 안 된다"(김남희)고 말했고, 또 다른 민주당 당권 주자 고민정 의원은 "김민석 전 총리는 민생범죄 수사 사각지대를 어떻게 보완할 건가. 정청래 전 대표는 이런 사건과 관련한 국민적 우려에 어떤 대응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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