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의 비전투·지원함 건조 시장에 한국 조선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넓어질 전망이다. 미국 의회가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 제한 원칙을 유지하되, 벌크 연료선과 전략해상수송선 등 일부 보조함에 대해서는 동맹국 조선소 활용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정 건조뿐 아니라 미국 내 조선·정비 인프라 재건 과정에서도 한국 기업의 참여 여지가 커질 수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FY2027 NDAA)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에는 벌크 연료선과 전략해상수송선 등 최대 2척을 외국 조선소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후속 선박의 생산과 공급망은 미국으로 되돌리는 것을 전제로, 외국 업체의 미국 해양산업 기반 투자를 요구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미국은 연방법을 통해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제한해 왔다. 이번 조항은 전투함 해외 건조를 전면 허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원함 일부에 한해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넓히는 성격이다.
앞서 하원 측 국방 관련 법안에서도 비전투 선박의 해외 건조와 관련한 예산 투입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항이 논의됐다. 다만 법안이 최종 확정되려면 상·하원 본회의 통과와 조율, 대통령 서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 해군의 자체 계획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미 해군은 지난달 공개한 '30년 조선계획'에서 보조함 건조 공백을 메우기 위한 '브리지 전략'을 제시했다. 선도함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되, 이를 미국 내 조선소 신설·확장 투자와 연계해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보조함 건조 기반을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동맹국의 상선·지원함 건조 역량을 활용해 단기 전력 공백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정비 분야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 해군은 함정의 성능 복원과 개량을 긴 정비 기간에 한꺼번에 처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더 짧고 잦은 정비를 통해 함정의 비가동 기간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민간 조선소와 장기 정비 파트너십을 맺고, 복잡한 정비 계약도 조기에 발주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업계에서는 미해군 함정 시장뿐만 아니라 건조 인프라·수리 시장에도 국내 업계가 본격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이 선도함 건조와 설계·기술 지원, 현지 조선소 투자, 정비 인프라 구축 등에 참여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미 조선 협력도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한미 정상은 1천500억달러(약227조원) 규모의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포함한 조선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진출은 단순 수주 경쟁을 넘어 미국 조선산업 재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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