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와 미국-이란 갈등 재점화, 중국 AI(인공지능) 모델의 추격 등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국내 증시가 과도한 조정을 받았지만, 코스피 6000선은 사실상 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이어지더라도 다음 주 예정된 미국 빅테크 실적과 AI 투자 지속 여부를 확인한 이후 시장이 다시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20일 'KRX(한국거래소) 출입기자단-증권사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하반기 증시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모든 악재를 다 반영하더라도 코스피 6000선에서는 하방보다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 지금은 지난 3~4월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 당시의 학습효과를 떠올려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현재 시장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와 미국·이란 전쟁 재점화 가능성, 중국 AI 모델의 부상 등 여러 악재가 중첩된 상황"이라면서도 "SK하이닉스가 과거처럼 적자 국면으로 회귀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둔다면 현재 밸류에이션은 충분히 하단을 지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코스피의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3~1.4배를 사실상 '락바텀(Lock Bottom)'으로 제시했다.
김 이사는 "현재 선행 PBR은 약 1.5배 수준으로 과거 사이클과 달라진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1.3~1.4배 정도가 적정한 하단"이라며 "이를 코스피 지수로 환산하면 약 6000포인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6000선은 추가로 10% 더 빠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부분의 악재를 반영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운 구간"이라며 "설령 일시적인 급락이 나타나더라도 오래 머물기보다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시장 변동성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커졌지만, 실물 경기보다는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VKOSPI(코스피 200 변동성지수)'는 최근 96.9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89.3을 웃돌았다. 김 총괄은 "변동성이 실질적인 펀더멘털보다 수급 요인에 의해 과도하게 확대됐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규제에 나선 것도 이러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은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과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가 불거졌던 올해 3~4월과 매우 유사하다"며 "'3~4월의 학습효과'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증가율 둔화와 절대 이익 수준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기저효과로 둔화될 수 있지만, 절대 수출 규모와 이익 레벨 자체는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며 "시장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싸다고 주장하는 시각과 과거 사이클을 근거로 후행 PBR이 더 내려가야 한다는 시각이 공존하지만, 어느 한쪽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 서버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반도체 사이클의 진폭과 지속 기간도 달라졌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증가율이 아니라 이익의 레벨"이라고 덧붙였다.
AI 투자 역시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GPT-5.6과 Grok(그록) 4.5 등 최신 AI 모델들이 토큰 효율성을 크게 개선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오히려 CPU(중앙처리장치)와 일반 메모리,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방향으로 생태계가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GPU(그래픽처리장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산을 CPU 등 외부 장치로 분산하면 레거시 메모리 사용량도 함께 증가한다"며 "결국 메모리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AI 인프라 전반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축소 가능성도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뒤처지는 순간 시장 지위를 잃을 수 있는 만큼 단기적인 현금흐름 부담만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결국 다음 주 발표되는 빅테크 실적에서는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이 가장 중요한 확인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당분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는 있지만, 시장의 중장기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그는 "고점에서 투자한 물량이 많아 코스피가 8000선 중반을 넘어서면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가격 조정이 과도하게 선(先)반영된 구간인 만큼 빅테크 실적과 클라우드 성장률을 확인하면서 시장이 점차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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