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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조두진] 총구(銃口)만큼 무서운 맹목적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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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매년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와 국민들이 이를 막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빛의 혁명'으로 명명(命名)하고 "세계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촛불 혁명'을 줄기차게 동원했는데, 이 대통령은 '빛의 혁명'을 그렇게 사용할 모양이다.

정치학에서 '혁명'이라는 용어(用語)는 구질서가 새 질서로 바뀌는 것을 지칭한다. 프랑스 혁명(1789~1794)이 '혁명'으로 불리는 것은 구질서(왕정)가 무너지고, 새 질서(공화정)가 시작되는 계기(契機)가 되었기 때문이다. A귀족에서 B귀족으로 지배자만 바뀌었다면 '혁명'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유럽의 '산업혁명'을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단순히 생산 방식만 바뀐 것이 아니라 생산 방식의 변화가 사회 변혁(영주·농노 체제→새로운 시민계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3일 국회가 비상계엄을 막은 것은 새로운 질서의 성립이 아니라 기존 헌법 질서 수호(守護)였다. 따라서 혁명이라는 용어는 부적절하다.

용어 논쟁을 떠나 '혁명'은 정치 권력이 선포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혁명'이란 국민적 기억, 학술적 평가 등 오랜 세월 검증(檢證)을 거쳐서 역사가 부여하는 명칭이다. 이재명 정부가 비상계엄 해제와 집권을 '혁명'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치 권력이 역사를 규정하려 한다는 점에서 오만(傲慢)하고 위험한 인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스타벅스 탱크 텀블러' 마케팅에 대해 '저질 장사치의 막장 행태'로 규정한 바 있다. 자신과 다른 시대에 태어나, 다른 역사와 문화를 접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자신과 같은 역사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맹폭'한 것이다. 최고 권력자가 그렇게 선언한 여파(餘波)로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사실관계 조사, 책임의 크기, 행위와 징계 조항 일치 여부 등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행위의 경중(輕重)이 아니라 야구협회의 눈치 보기와 대중의 분노 크기가 처벌 수위를 결정한 셈이다. 권력자의 역사 몰이가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에 대한 폭력이었다. 야당의 발목 잡기와 국무위원 탄핵, 예산 삭감 등에 시달리다 못해 그랬다고 하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동원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의 역사 재단 또한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걸핏하면 '촛불' 운운하며 정치 분야, 검찰, 언론에도 촛불 정신을 갖다 댔다. 법원을 향해서도 촛불 정신을 받들어야 한다고 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폐(積弊)로 몰았다.

총칼만이 폭력은 아니다. 그것이 촛불이든 빛이든 '자신들이 절대적 선(善)'이라고 믿는다면, 나와 생각이 다른 자는 때려잡아야 할 악(惡)이 된다. 대통령 변호사들에게 공직 선사, 판사를 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 등 이 모든 무리한 행위가 '내가 옳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더 무서운 것은 지지층이 여기에 환호한다는 점이다. 권력의 폭력을 정의로 오인(誤認)하는 것이다. 히틀러만 죄인이 아니다. 히틀러에게 권력을 쥐여 주고, 그의 폭력을 묵인하거나 동조한 독일 국민 또한 죄인이기는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은 총과 쿠데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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