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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 "정치권 '다음 선거' 아닌 '다음 세대'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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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법 주도' 황우여의 경고 "100년 갈 법 만들어야… 미완의 법 난립 걱정"
'국회선진화법 주도' 정치원로의 일갈… 입법 독주 및 정치 실종 경계
"현 정부 국방·외교 불안…" 권력구조 개편 및 선관위 개혁 다룰 개헌 필요성도 강조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50여 일간 계속된 국회 파행 끝에 지난 23일 여야가 겨우 원 구성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와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정치 실종'이라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2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보수진영의 정치원로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의 일성(一聲)도 의회정치의 부재에 대한 깊은 우려였다. 판사 출신 5선 의원으로 과거 '국회선진화법' 입법을 이끌며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를 실천해 온 그는 정치권의 근본적인 성찰과 협치 복원을 강하게 촉구했다.

-최근까지도 당에서 비상대책위원장, 대선 경선 선관위원장 등 중책 부탁드리는 상황이 이어졌다. 근황을 공유하자면

▶제가 당 생활을 오래 했고 상임 고문이기 때문에… 선배들 중에 남아 계신 분들이 많지 않고, 안 오시려고 해서(웃음)… 요즘은 정계에서는 한발 뒤로 물러나 우리 후배님들이 잘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밥도 좀 사드리고 그러면서 지낸다.

-후배들과 주로 나누는 말씀은

▶AI 시대의 보수 정권이랄까, 보수 정치권이 어떤 사회나 국가를 그야말로 지켜나갈 것이냐, 자유민주주의가 AI시대에 여러 변화를 어떻게 대응할까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한편으로는 당이 그야말로 사분오열되다시피 했는데, 어떻게 봉합할 수 있을까 하는 얘기도 많이 나눈다.

-올초 출범한 '국민통합시민연대'에서 활동하고 계시더라

▶명칭은 총재인데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웃음). 남녀노소 약 30명씩 모아서 격주로 8회차에 걸쳐서 8개 주제를 다루는 '회천정치아카데미'라는 걸 한다. 읽은 책, 내가 생각하는 노정들에 대해 같이 얘기를 나눈다. 1기가 종료되고 최근에 2기를 시작했다. 분야별 전문가들의 책이나 사상을 접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자니 재미가 있다.

보수가 '열심히 싸우자', 또 '뭔가를 해내자' 얘기하지만, 그 사상적 연원, 그 사람들이 고민했던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한번은 섭렵을 한달까. 스쳐지나듯 하더라도 한번 보는 게 도움이 된다. '공부하는 보수'랄까. 진보 진영에서도 공부를 많이 하고 이론적으로 발전해나가지 않나. 우리들도 선배들, 나이 든 사람들이 그런 걸 제공해야 한다. '우리를 따르라'는 건 아니지만 과거를 한번은 공부하고 넘어가야 한다.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국회 상황은 답답한데

▶양 진영이 굉장히 격돌하고 있고 한석이라도 많으면 국회를 장악하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51%의 지지를 받았다고 해서 49%를 제껴 놓는 것이 과연 괜찮겠나. 나중에 입장이 바뀔 수 있다.

또 국회법을 비롯해 모든 법에는 '협의하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충분히 의논해서 다수결로 표결하기 전에 결론을 내라는 얘기다.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협의하라'를 사실상 '합의하라'로 받아들이면서 정치를 해왔기에, 표결하는 횟수가 극히 적었다. 특히 상임위에서 협의 끝에 만장일치가 많이 나왔다. 다수당이 법안을 내더라도 전부 다 수정 보완을 해서 의결을 했기에 지도부들이 고생은 하더라도 법안에 흠집이 별로 없었다.

그 와중에도 우리 당은 정리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법을 문민정부 때 강행 처리를 했으나 결국 많은 반발이 생겨서 다시 개정을 하게 됐다. 반대로 민주당은 참여정부 때 사립학교법을 강행처리했다. 마찬가지로 개정이 불가피했고, 두번 다 정권이 바뀌는 데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런 경험에 근거해 100걸음 갈 것을 우선 50걸음 가고, 반대 의견을 수렴해서 다음에 50걸음을 갈 지 말 지 정하는 전통이 세워졌던 거다. 고생해서 만든 전통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법이라는 게 한 번 만들면 100년을 갈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미완의 법이 마구 나온다는 게 걱정스럽다.

-이번에는 상임위 배분을 법제화를 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국익을 지키겠다'고 선서하는 반면, 국회의원은 '헌법과 양심에 따라'라고 얘기한다. 국회만큼은 법률보다 관행과 관습을 더 중요시하는 장소다. 그래야 거기서 자유로운 사색과 토론, 많은 아이디어가 나와서 법을 만들어내는 거다.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선진국의 입법 행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 한나라당 원내대표(2010년), 새누리당 당대표(2012~2014년) 시절의 여야 협상을 돌이켜보자면

▶원내대표 당시 파트너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었다. 인품도 훌륭하고 박식하셔서 무슨 말씀을 하시면 배우는 게 많았다. 서로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안 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존중했기에 생산적이었다. 당대표 시절 파트너는 문희상 (비대위원장), 이해찬·김한길 대표였다. 이분들도 거의 우리가 합의로 의사결정을 했다. 그때는 싸울 땐 싸우더라도 일은 했는데, 요새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대화와 타협이 어려워진 정치 풍토에 대해

▶정치인은 선거 결과 때문에라도 국민의 지지와 인기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늘 하는 얘기는 '다음 선거를 보지 말고 다음 세대 국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다.

정치인생이 짧다. 아주 길면 20년 정도를 하는 건데, 그 후에는 역사의 평가가 따른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신분·지위·직책에 연연하지 말고 임무, 즉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내가 이 일 하나는 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시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다. 의원으로서 어떤 법을 남겼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저는 옛날부터 법안에다가 발의자 이름을 붙이자고 했다. 그러면 입법에 대한 책임감이 커질 거다.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정부여당이 놓치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일까

▶안보 문제, 특히 국방 분야가 불안하다.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지만 국방이나 외교는 '죽고 사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 제도, 이건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토론을 충분히 하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선관위 실시간 투표율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정의라는 것은 절차적 정의, 공의라는 것은 실질적 정의다. 실질과 절차가 모두 정의로워야 한다. 특히 민주주의는 절차가 핵심이다. 이건(조작 의혹) 깜짝 놀랄 얘기다. 그런 얘기를 책임자들이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심각한 얘기다

-선관위 개혁 방안은

▶선관위를 존중해서 독립을 시켜줬는데, 지나치게 독립돼 감독 받지 않는 권력이 돼 버렸다. 자체 점검을 강화하고, 특히 감사원이나 헌법기관의 감독은 받아야 한다. 대통령도 국회의 감독을 받는다. 그 투명성과 책임성이 이번에 분명해져야 하고, 핵심은 누군가, 특히 국민의 감시 감독을 받고 거기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학자로서 지켜보는 개헌 논의와 권력구조 개편 방향은

▶1987년 체제가 우리 몸에 더 이상 안 맞다. 그리고 지나친 경성헌법을 완화해서 개헌이 좀 더 쉬워져야 한다. 독일은 거의 매년 한번, 미국은 평균 4년에 한번씩은 개헌이 일어난다.

권력구조 측면에서 입헌주의자들은 내각제를 원한다. 강력한 통치력을 구성하면서도 세력 균형에 의해서 (견제가 가능한) '천재가 만든 것 같은 제도'다. 통일이라든지 이런 중대한 문제 해결할 때는 대통령제로는 못 한다. 내각제 성격의 정부를 구성한 독일도 당시 수상이 다수당의 대표이자 책임자였기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했다. 협상 상대방도 그걸 믿을 수 있었던 것이고.

그리고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반드시 부통령을 둬야 한다 생각한다. 부통령이 없으니 대통령을 탄핵해서 끌어 내리면 대선을 치르게 되니, 야당으로서는 탄핵을 시도하는 동기가 된다. 또 대통령이 혼자 모든 일을 하느라 너무 바쁘다. 국무총리는 선출 권력이 아니기에 무게감이 다르지 않나. 결론적으로 내각제 요소를 강화하든가, 아니면 지금도 내각제 요소는 많으니 그걸 살려내든가, 일테면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중간 단계를 추구하는 것 정도를 생각한다.

-적절한 개헌 시기는

▶개헌은 정권 초기에 해야 오해를 안 받는다. 그리고 개헌을 주도하는 분들이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게 급선무다. 똑같은 얘기를 하고 똑같은 일을 해도 의심을 사기 시작하면 이뤄지지 않는다. '무신불립(無信不立)'. 개헌도 추진하는 분들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것에서 출발하면 언제라도 가능한 거다.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 주요 이력〉

1947년생. 인천 출신으로 제물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69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법관의 길을 걸었으며,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선대위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전국구 의원을 시작으로 16대에서 인천 연수구로 지역구를 옮겨 19대까지 내리 5선을 지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새누리당 대표 등 주요 당직을 두루 역임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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