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옮길 때마다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를 다시 촬영해야 했던 불편이 앞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촬영 이력 조회와 QR코드 기반 의료영상 공유 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하기로 하면서 불필요한 중복검사를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는 데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업무계획'에서 의료영상정보 공유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병원을 옮기더라도 기존 CT·MRI 영상을 새로운 의료기관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올해 12월부터는 의료기관이 AI를 활용해 환자의 CT·MRI 촬영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어 2027년 상반기에는 환자가 스마트폰 QR코드를 이용해 원하는 의료기관으로 영상자료를 직접 전송할 수 있는 '영상정보 공유시스템(가칭)'이 구축될 예정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의료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고가 의료장비의 중복 촬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CT를 촬영한 뒤 같은 질환으로 30일 이내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는 94만4천여 명이었다. 이 가운데 25만3천여 명(26.8%)은 새로운 의료기관에서 다시 CT를 촬영했다. 병원을 옮긴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동일 검사를 반복한 셈이다.
CT 재촬영률은 2022년 25.8%에서 2023년 26.2%, 2024년 26.5%, 지난해 26.8%로 매년 증가했다.
MRI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병원을 옮긴 환자 22만4천여 명 가운데 3만944명(13.8%)이 30일 이내 다시 MRI 검사를 받았다.
이 같은 중복촬영으로 지난해 건강보험에서 지급된 비용은 CT 491억5천만원, MRI 159억원 등 모두 650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의료영상 공유체계가 구축되면 환자의 검사 부담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도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의료계는 영상을 CD로 복사하거나 병원 간 별도 전송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환자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진료 연속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모든 재촬영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환자의 증상이 악화됐거나 수술 전후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 기존 영상의 촬영 시기나 화질이 진단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추가 촬영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영상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불필요한 재촬영은 줄어들겠지만, 환자의 상태 변화나 진단 목적에 따라 재검사가 필요한 사례도 적지 않다"며 "영상 공유 시스템은 의료진의 임상 판단을 돕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의료기관 간 영상정보 연계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중복검사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줄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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