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나 가세요."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SNS에 올린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다. 김 의원이 전날 민주당 주도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통과시킨 후 "노무현 대통령님, '야, 기분 좋다~!'라고 하고 계시지요?"라고 게시물을 올렸고, 이에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가 단 댓글이다.
김진주 씨는 지난 2022년 일면식도 없던 남성의 돌려차기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경찰 초동 수사에서는 성폭행 정황이 밝혀지지 않아, 단순 살인미수로 징역 12년형으로 끝날 뻔했다. 하지만 2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보완 수사로 피해자 바지 안쪽에서 가해자 DNA를 찾아내 혐의를 '강간살인미수'로 바꾸고 형량을 징역 20년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김 의원이 이날 올린 SNS 사진 속의 조화에 달린 리본에는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적혀 있었다. 검찰의 손과 발을 묶는 이 같은 검찰 개혁법이 '노무현 정신'에서 비롯된 듯 말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이분들의 주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뜻과 전혀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검수완박'을 추진한 적이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소비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곽 의원은 지난달 31일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에서 당론을 뒤로하고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그리고 사흘 뒤인 4일, 결국 지옥문이 열렸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대답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는 입장을 밝히며 강성 지지층의 뜻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하필 이날 이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하며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는 10월 2일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으로 전환되면서 경찰이 민생 범죄 수사를 전담한다. 검사는 경찰이 공소청으로 보낸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민주당은 보완해 나가면 된다고 했지만, 구멍이 난 후에야 땜질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에서는 경찰의 수사권 독점 폐해가 범죄 피해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장윤기 사건, 돌려차기 사건, 영아 살인(해든이) 사건, 김창민 감독 폭행치사 사건 등 최근 검찰의 보완 수사로 밝혀낸 사건들만 추려도 어마어마하다. 앞으로 이런 사건들은 묻혀버릴 판이다.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국민의 권리는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다. 경찰 수사를 바로잡는 검사의 역할을 이제는 피해자가 떠안아 변호사를 사서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받게 될 불이익은 분명하다. 개정에 찬성한 정치인들이 만난 검사들은 강압적이기만 했나 보지만, 일반 서민들 입장에서는 만나는 경찰이 대부분 무섭고 위압적이다. 내 상황을 설명해도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80년간 이런 서민들의 목소리를 검사들이 들어줬는데 이제는 변호사를 찾아가야 하는 세상이 된다. 돈 없는 자는 사기당해선 안 되고, 스토킹당해선 안 되는 시절이 될까 두렵다.
권력은 한쪽으로만 치우칠 때 부패하기 쉽다. 검경이 나눠 쥐던 권력이 이제 한쪽으로 옮겨진다. 부디 힘의 균형을 찾을 때까지 몸조심하고, '살아남자'는 서민들의 자조적 인사가 유머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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