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추석 연휴가 지나면 국회의 시간이 다시 뜨거워진다. 국정감사, 더 익숙한 줄임말로 '국감' 얘기다. 올해 국감은 오는 10월 6일부터 27일까지 3주간 진행된다. 겸임 상임위원회 일정은 30일까지 이어진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국감이다.
각 부처의 정책 점검뿐 아니라 최근 정치권을 달군 현안 상당수가 그대로 국감장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뭐가 가장 뜨거울까. 아직 증인 채택과 각 상임위 질의가 모두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벌써 몇몇 키워드는 선명하다.
◆김현지, 이번엔 나올까
가장 정치적인 장면은 국감 막판에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국감이 10월 30일 열린다. 청와대 참모진을 상대로 국정운영 전반을 따지는 자리다. 이재명 대통령 빼고 청와대를 부르는 자리라고 해도 무방하다.
국민의힘은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잇따른 사퇴 등을 두고 인사검증 책임을 문제 삼으며 김현지 실장의 인사 관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권은 최근 인사 논란의 배후로 김현지 실장을 지목하며 국감 출석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소 꼬리를 무는 구조가 있다. 김현지 실장의 실제 인사 개입이 확인됐기 때문에 국감에 부르자는 것이 아니라, 확인되지 않았으니 직접 불러 확인하자는 것이다. 의혹이 출석 요구의 근거가 되고, 출석이 다시 의혹 검증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정치적으로는 역발상도 가능하다. 김현지 실장이 실제 국감장에 나와 인사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제기된 의혹을 직접 설명하고 이를 해소한다면 여권에는 최근 인사 논란의 부담을 덜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 과정에서 인사 문제가 악재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던 만큼 해명이 설득력을 얻는다면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재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반대 가능성도 있다. 출석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나 해명 논란이 등장하면 오히려 야권 공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지난해에도 출석 여부 자체를 둘러싼 공방이 있었던 만큼 올해도 '김현지가 나오느냐'부터 주요 장면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감 나흘 전 공소청 출범…시작하자마자 시험대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완전히 새로운 기관이 등장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검찰청을 대체하는 공소청이 국감 시작 불과 나흘 전인 10월 2일 출범한다. 공소청 검사는 현행 정원 2292명의 80~85%인 1900명 안팎으로 시작하고, 현 검찰 수사관은 2986명 가운데 68.6%인 2048명을 감축한다. 정부는 출범 후 조직 진단을 거쳐 검사 정원 자체를 줄이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따라서 이번 국감은 공소청이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하자마자 국회의 검증을 받는 첫 무대가 된다. 검사·수사관을 대폭 줄인 상태에서 사건 처리가 가능한지, 경찰 불송치 사건 심사와 중수청 송치 사건 기소가 제대로 굴러가는지,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 업무 공백은 없는지 등이 자연스럽게 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둘러싼 기존 정치 공방과 별개로 "그래서 새 제도가 실제로 돌아가느냐"는 실무적 질문이 처음 가능한 국감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실무적 검증 결과가 거꾸로 공소청 개편의 정치적 평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농지 284만 필지…'투기냐 관행이냐' 다시 국감장으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국민들의 의구심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농지 전수조사가 빠지기 어렵다.
정부는 기본조사를 마친 1013만 필지 가운데 27%를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후 농촌에서 강제처분과 재산권 침해 우려가 확산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해명했고, 지난 21일 당정도 명백한 투기는 엄단하되 관행적·경미한 위반은 계도와 제도 개선을 통해 정상화·양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특별법 제정과 농지법 개정도 추진한다.
국감에서는 결국 말보다 기준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농지를 '투기'로 보고 어디까지를 고령·상속·관행적 임대차 등 농촌 현실로 인정할 것인지,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은 어떤 기준으로 적용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농민들의 불안을 과장된 우려로 볼지, 아니면 제도와 현실 사이에 실제 괴리가 있다고 인정해 추가 보완책을 내놓을지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DMZ 지뢰 폭발, 국방위 최대 현안으로
국방위원회에서는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가 새롭게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두 차례 폭발이 발생해 간부 3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수색대대장은 발목을 크게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특히 이번 작전은 군이 MDL 인근 지형 변화를 확인한 뒤 북한이 MDL 남쪽에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예정된 유엔군사령부 현장조사에 앞서 수색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군은 지뢰탐지기를 사용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폭발 원인과 지뢰의 출처는 아직 조사 중이다.
따라서 국감에서는 북한군의 MDL 이남 지뢰 매설 가능성을 군이 언제부터 어느 수준까지 파악하고 있었는지, 위험이 예상된 지역에 병력을 투입하면서 작전계획과 안전조치를 충분히 마련했는지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뢰 탐지·제거 장비의 적정성, 지휘·승인 과정, 사고 이후 부상 장병 치료와 보상 문제도 함께 도마에 오를 수 있다.
◆2000억달러 대미투자…정말 '남는 장사'인가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대미투자가 대형 소재다.
정부는 지난 22일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의 첫 사업으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국회에 보고했다. 엔시날 사업의 총투자비는 약 223억달러로 제시됐다.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은 후속 사업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텍사스 사업이 장기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업성을 갖췄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등 세부 조건은 아직 남아 있다. 원전의 경우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와 한국형 원전 참여 문제가 있고, 알래스카 LNG는 사업성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감에서는 결국 "미국에 얼마나 투자하느냐"보다 "한국이 무엇을 얻느냐"가 질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금 회수 가능성과 국내 기업 참여, 일자리·기술 측면의 실익을 수치로 따져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감 전에 이미 시작된 '국감'
국감을 앞두고 의원실들의 전초전도 이미 시작됐다. 정부기관에서 받은 자료를 미리 언론에 공개해 문제를 제기하고, 동시에 자신이 이번 국감에서 무엇을 파고들지를 알리는 방식이다. 정책 문제를 사전에 공론화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의원 개인에게는 일종의 '국감 활약 예고편'이 되는 측면도 있다.
매년 가을 국감은 직전에 불거진 정치 현안과 스타 증인, 여야 공방이 전면에 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정감사의 본래 목적은 국정 전반을 점검하고 잘못된 행정과 제도를 바로잡는 데 있다.
김현지·공소청·농지 전수조사·대미투자 등 굵직한 소재는 이미 대기 중이다. 올가을 국감에서 이 현안들이 정치 공방의 재료에 그칠지, 아니면 정책의 빈틈을 찾아내 실제 개선까지 도출하려는 질문이 나올지도 함께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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