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두 종류의 손님이 있다. 한 명은 "물이 뜨겁다"며 온수 밸브를 잠그고, 다른 한 명은 "탕이 차갑다고"며 온수를 콸콸 튼다. 둘 다 진지하고, 둘 다 자기 논리가 있다. 결과는 온도도 수위도 제멋대로인 불쾌한 혼탕. 지금 한국 경제가 딱 이 꼴이다.
한국은행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로 올렸다. 두 달 연속 '백투백 인상'으로 역대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3%대, 가계부채 2천조 원 돌파, 들썩이는 집값과 환율을 보면 중앙은행이 브레이크를 밟는 건 교과서적으로 맞다. 문제는 바로 그 순간 정부가 반대편에서 액셀을 밟는다는 것이다. 내년 예산은 사상 최대 800조 원+α, 두 자릿수 지출 증가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은 "재정 수치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라며 확장재정에 공개적으로 면죄부를 줬다.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는 차는 앞으로 가지 않는다. 타이어만 탈 뿐이다.
프리드먼은 경고했다. 통화정책이 실물에 효과를 미치기까지 평균 18개월의 시차가 있다고. 그 사이 800조 원이 풀리면 한은이 죄는 돈줄을 정부가 다시 열어젖히는 꼴이다. 결국 한은은 금리를 더 올려야 하고,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는 증발한다. 두 정책이 서로의 발목을 잡아 둘 다 효과를 잃는 정책 자충수다. 슈퍼 예산이 풀리면 국채 발행이 늘고 대출금리는 다시 뛴다. 정부가 살포한 돈이 금융 비용으로 돌아와 결국 서민 지갑을 털어 가는, 씁쓸하고 잔인한 아이러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한국은행의 KPI(핵심 성과 지표)는 물가 안정 하나다. 기재부의 KPI는 성장률·고용률·민생 지지도·대통령 공약이다. 두 기관이 같은 방향을 볼 구조적 이유가 없다. 더 근본적으로는 선거 시계와 경제 시계의 불일치다. 재정 확대의 체감 효과는 즉각 나타난다. 청구서, 즉 물가 재상승과 금리 추가 인상과 국채금리 폭등은 1~2년 뒤에 날아든다.
지금의 달콤함을 취하고 고통의 청구서는 미래 세대에 넘기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 재정정책의 가장 흔한 배신이다. 컨트롤 타워도 없다. 대통령실·기재부·한국은행이 각자의 논리로 각자의 정책을 집행한다. 한은 총재가 "재정이 미래 성장 투자에 쓰인다면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고 한 발언은 조율의 결과가 아니라 사후 합리화에 가까웠다.
이쯤에서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이것이 몰라서 벌어지는 일인가, 알면서도 표를 위해 선택하는 일인가. 후자라면 그것은 하이에크의 언어를 빌리면 '치명적 오만'이다. 재정 숫자만으로 경기를 설계할 수 있다는 착각, 지금 뿌리는 돈이 지금 효과를 낸다는 착각, 그 착각이 쌓여 정책 실패가 된다.
정부의 반론도 있다. 800조 원이 R&D와 미래 산업에 투입된다면 성장잠재력을 높여 물가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틀린 논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 전제가 맞으려면 얼마가 미래 투자이고 얼마가 현금 살포인지 먼저 밝혀야 한다. 정부의 재정 집행 관성을 보면, 낙관하기 어렵다.
피해는 언제나 약한 자에게 먼저, 가장 깊이 간다. 주담대금리는 이미 최고 7%대를 넘어섰고, 추가 인상 시 8%대 진입도 시간문제다. 예금자는 금리가 오를수록 이자 수익이 불어난다. '영끌족'과 다중채무 자영업자는 매달 늘어나는 이자 앞에 무너진다. 금리 상승은 이자 수익자와 이자 부담자를 갈라놓고, 그 갈라진 틈을 양극화라 부른다.
목욕탕에서 온수와 냉수를 동시에 트는 바보는 탕 하나를 망친다. 그러나 경제에서 이 실수를 저지르면 2천만 가계가 망가진다. 해법은 간단하다. 재정의 규모보다 용처를 먼저 공개하라. 투자냐 살포냐를 국민이 판단하게 하라. 통화·재정 정책 조율 회의를 제도화하라. 정책의 정합성은 선택이 아니라 서민의 생존 조건이다.
한은 총재가 던진 공은 한국은행이 아닌 정부 쪽 코트에 떨어져 있다. 재정이 미래를 향한 투자라면 역사가 정부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현금 살포와 표 구매에 쓰인다면, 그 청구서는 고스란히 서민의 이자 부담과 다음 세대의 국가부채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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