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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못난 이들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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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락 한국화가(경북대 미술학과 교수)

정조의 개혁 파트너이자 화성 축조를 이끈 영의정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 1720~1793)의 초상(왼쪽: 시복본 부분, 1792년, 이명기 작. 오른쪽: 금관조복본 부분, 1784년, 작자미상).
정조의 개혁 파트너이자 화성 축조를 이끈 영의정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 1720~1793)의 초상(왼쪽: 시복본 부분, 1792년, 이명기 작. 오른쪽: 금관조복본 부분, 1784년, 작자미상).
임현락 한국화가(경북대 미술학과 교수)
임현락 한국화가(경북대 미술학과 교수)

"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 대로 산다." 대중을 통해 흐르던 오래된 이 노랫말은 우리 시대의 이면을 풍자한다. 세상은 빠르게 기회를 포착하고 이익을 취하는 이들의 속도에 맞춰 그들 편에 서 있다.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느린 걸음에는 어느새 뒤처졌다는 씁쓸한 시선이 머문다. 성공이라는 단 하나의 지표를 향해 질주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세상의 빠른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못난 시선들'이 있다. 남들이 세상의 속도에 영리하게 앞서나갈 때, 제 방식을 고수하는 변방의 노포(老鋪) 같은 이들이다. 투박한 손으로 매일 새벽 반죽을 치대며 거친 시대의 밑바닥을 온몸으로 받쳐내는 서툰 삶의 주인공들. 때 묻지 않은 인간성의 본질은 이처럼 우직한 곳에 숨어 있다. 변해가는 세상의 가치 기준에 엮이지 못하는 이들의 꿈처럼, 어쩌면 우리 삶과 예술의 시선도 이 지점에서 다시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의 모습은 동화 백설공주의 왕비와 닮았다. 마치 왕비의 거울처럼 매일 스마트폰 화면 뒤로 자신의 불안을 소모하며 가상의 가치에 취해 살아간다. 지하철 광고판마다 일률적인 모습의 성형 후 얼굴 역시 이 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외모가 경쟁이 되는 사회에서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치유였을 성형이 자본의 메커니즘 속에서 기묘하게 복제되며 미의 기준을 비틀고 있기 때문이다. 미완의 기술이 고유성을 살려내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얼굴의 표정은 박제돼 간다. 정작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마법의 거울이 말한 미(美)의 진실이다. 거울이 왕비 대신 백설공주의 손을 들어준 것은,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의 순수함'이 더 소중한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선조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선을 돌아보자. "터럭 하나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라던 조선 초상화의 사실 정신이 그렇다. 우리 초상화는 '외모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 내면의 정신을 드러내는 창이자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당대 최고의 권력자임에도 선천적 사시(斜視)라는 결점을 숨기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화폭에 담은 조선의 정승 채제공의 초상화를 보라. 이 당당함은 권력자의 특권일 수도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변방의 치열한 삶을 사는 이들의 주름진 얼굴과 닮았다. 삶의 굴곡을 포장 없이 온전히 수용하는 이들에게서는 생긴 그대로의 정직한 존엄이 드러난다.

본래 얼굴이란 정신의 고유한 숨결인 '얼'이 드나드는 '굴'이다. 겉만 정교하게 빚어낸 얼굴이 마네킹처럼 서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외형적 집착 뒤에 숨은, 타인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한 해묵은 결핍 같은 깊은 쓸쓸함이다. 우리 안의 상처와 신기루를 걷어내고, 자신만의 고유한 궤도를 지키려는 주체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줄 '못난 이들의 거울'이 더없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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