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오는 날이 제일 좋고 설렌다는 김숙이 씨,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박술헌 씨…."
이름이 호명되자 희끗희끗한 머리에 주름진 얼굴의 늦깎이 장애인 학생들이 하나둘씩 무대로 나왔다. 이들은 오랜 기간 노력의 결실인 졸업장과 꽃다발을 받아 들고 세상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
◆학령기 시절 제대로 교육 못 받아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대회의실에서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의 '초등·중학 학력인정 문해교육 기본과정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평균 연령 60세의 늦깎이 장애인 학생 8명(초등과정 5명·중학과정 3명)이 학사모를 쓰고 졸업을 했다.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은 대구에서 유일한 장애인 학력인정 교육기관이다. 초등·중학 학력인정 문해교육을 포함한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졸업생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학령기 시절 받아야 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소아마비나 청각장애로 일찌감치 배움을 포기하고, 오랜 기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며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50, 60대가 되어 공부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해소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야학을 찾았다.
졸업생 대표 한봉교(69) 씨는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거주하다 2021년 시설을 나온 뒤 처음 학교에 발을 들였다. 초등과정을 먼저 이수한 뒤 바로 중학과정에 진학해 배움을 이어갔다.
한 씨는 "예전엔 어디 가려면 누가 데려다줘야 했는데 글자를 알게 되니 혼자 지하철, 버스를 타고 놀러 갈 수 있게 됐다"며 "몸이 아프고 공부가 힘든 날도 있었지만 학교에 나오는 게 좋아서 거의 결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야학에 다닌 후 용기를 얻어 생전 처음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자신의 경험을 글로 써 지역의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수상을 하기도 했다.
한 씨는 "학교는 공부만 가르쳐준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할 수 있도록 꿈을 이뤄준 곳"이라며 "앞으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성인 장애인 평생교육은 먼 산
내년 5월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시행되며 중학과정 졸업 이후 배움을 이어갈 수 없었던 성인 장애인들의 고등과정 진학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법안에 예산·인력·전달 체계 등 구체적 내용이 명시되지 않은 탓에 제도 안착에 큰 난관이 예상된다.
장애인평생교육법은 지난해 10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1월 공포됐다. 장애인 교육 소외를 해소하고 평생교육을 권리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2021년 4월 발의된 지 4년 6개월 만이다.
기존에는 성인 장애인의 고등학력인정 문해교육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만 3~17세의 특수교육 대상자를 의무교육대상으로 하고 있고, '평생교육법'에서도 교육감이 설치·지정할 수 있는 성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은 초·중학교 수준까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장애인의 51.6%가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으며, 장애인 평생교육 참여율은 약 2.4%로 전체 성인 평생교육 참여율 32.3%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장애인평생교육법은 장애인의 평생교육을 권리로 명시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 수립과 실태조사, 장애인평생교육 심의·전달체계 마련, 관련 서비스 지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지원, 장애인평생교육사 신설 등의 내용도 담겨있다.
다만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 책임과 전담기구 설립 등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아 법이 시행되더라도 정책이 현장에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황보경 질라라비장애인야학 사무국장은 "많은 부분들을 시행령과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 대한 예산 지원이 여전히 '임의조항'(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조항)으로 규정돼 있다"며 "지자체 의지에 따라 장애인 평생교육은 천차만별로 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자체별로 장애인 평생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독립적인 전담 기구 또는 조직이 만들어져야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며 "이런 내용들이 교육부 시행령과 지자체 조례에 구체적으로 담겨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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