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쏟아지면 마당 흙이 쓸려 내려가고 벽은 쩍쩍 갈라져 뜬눈으로 지새웁니다."
9일 오전 경북 봉화군 봉화읍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가설 울타리 너머로 공사 현장에서 내뿜는 굉음이 주택가 일대를 뒤흔들고 있었다.
공사장 경계선과 맞닿아 있는 주거단지에 들어서자 아슬아슬한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공사장 바로 옆 10층 높이의 18세대 아파트(2015년 준공) 뒤편 주차장 부지. 단지를 떠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옹벽 외벽과 바닥 사이에 손을 뻗어 넣자 성인 남성의 손바닥이 쑥 들어갈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건물 바닥을 지탱하는 축대 곳곳에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실금 주변으로 주민들이 모여 불안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이 아파트 입주민은 "신축 건물 터파기가 시작된 뒤부터 옹벽 틈이 눈에 띄게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비라도 세차게 내리는 날에는 옹벽이 무너져 내려 건물을 덮치지는 않을지 불안해 살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발걸음을 옮겨 공사장 바로 뒤편 5층 높이 16세대 연립주택으로 향하자 또 다른 생채기가 드러났다.
건물 전면부 화단 부지에는 파란색 방수포 천막이 덮여 있었다. 천막을 들추자 토사가 푹 꺼져 내린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7월 중순 장마철 폭우가 터파기 굴착 작업과 맞물리면서 화단 흙이 공사장 터 쪽으로 내려앉은 뒤 두 달 가까이 천막으로 덮어둔 상태다.
아파트와 연립주택에서 지반이 틀어지고 균열 조짐이 잇따르면서 주택가 민원은 극에 달했다. 갈등이 격화되고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현장 총괄 책임자인 현장소장만 벌써 세 차례나 교체되는 진통을 겪었다.
주민들의 불신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배경에는 잦은 설계변경도 자리하고 있다. 해당 공사장은 당초 12층(44세대) 규모에서 20층 검토를 거쳐 최종 15층(65세대, 연면적 9천446㎡)의 특수구조 건축물로 허가가 변경됐다.
지하 굴착 깊이와 하중이 대폭 늘어난 만큼, 기존의 형식적인 계측 방식만으로는 인접 노후 주거지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연립주택에 거주 중인 한 주민 "외벽에 붙여둔 계측기 수치만 쳐다볼 때가 아니다"라며 "지반 침하와 균열이 주택 본동 기초에 어떤 물리적 영향을 미쳤는지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의 정밀 안전진단을 통해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관할 군청의 적극적인 행정 지도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 관계자는 "터파기 과정에서 흙막이 벽체 배면부에 약액을 주입하는 그라우팅 등 긴급 지반강화 공사를 완료했고, 매주 계측기를 통해 균열과 경사 변위 상태를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불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공사로 인해 발생한 향후 실질적인 손실에 대해서는 명확한 보상을 약속하고 성실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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