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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1>평상심의 미학인지, 현실도피인지 모를 낮잠 '수하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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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김홍도(1745-1806?),
김홍도(1745-1806?), '수하오수도(樹下午睡圖)', 종이에 담채, 29.5×42.3㎝,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버드나무 아래 평상에서 낮잠 자는 인물을 그린 김홍도의 '수하오수도'이다. 책 더미를 베개 삼아 그 위에 팔을 얹은 채 한쪽 무릎을 세운 우아한 포즈로 잔다. 머리맡엔 필통으로 활용한 중국 고동기(古銅器) 고(觚)가 놓여있고, 발치엔 삽병이 있는 고급스런 배경이다.

화가들은 오수도를 종종 그렸다. 김홍도의 선배인 공재 윤두서, 후배인 소당 이재관의 명작이 있다. 예로부터 뜻이 높은 고사(高士)의 낮잠은 그냥 잠이 아니라 고도의 문화적 제스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낮잠, 잠이 예술로 승화돼 회화로, 문학으로 나타났다.

낮잠 그림으로 '삼국지연의'의 삼고초려에서 유래한 제갈량의 초당춘수도(草堂春睡圖)가 있고, 문학으로 소동파의 '수향기(睡鄕記)'가 있다. '잠의 나라'인 수향, 곧 잠이야말로 아무런 근심걱정 없는 무릉도원이라는 위트가 넘치는 산문이다. 조선의 문인들도 잠을 예찬한 '수향기'를 즐겨 지었다.

오수도의 잠은 삶의 가치를 안빈낙도에 둔 달관의 경지이기도, 평상심의 미학을 은유하기도, 세상사에 눈감는 의도적 외면이기도, 현실로부터의 도피인 수은(睡隱)이기도 하다.

자신만만하게 휘날리며 커다랗게 쓴 제화와 나이든 단원인 '단옹(檀翁)' 서명에서 김홍도의 문인(文人) 의식이 엿보인다. 시는 당나라 왕유의 '전원의 즐거움(田園樂)'이다. 2구만 썼지만 전체를 보면 시의 붉은 복사꽃, 푸른 버드나무, 울고 있는 꾀꼬리, 잠자는 인물이 그림에 그대로 나온다.

복사꽃은 밤비 머금어 더욱 붉고/ 버들가지는 아침 안개 둘러 한층 푸르네

꽃이 져도 아이는 쓸 생각 않고/ 꾀꼬리 울어도 손님은 여전히 잠 속이네

桃紅復含宿雨 柳綠更帶朝煙 花落家童未掃 鶯啼山客猶眠

'수하오수도'는 초연한 유유자적인지, 현실도피의 소극적 저항인지 모를 낮잠을 그린 오수도인 동시에 시정을 회화로 공유한 시정화의(詩情畵意)의 시의도(詩意圖)이다. 김홍도의 호 중에 오수당(午睡堂), '낮잠 자는 집(Nap House)'이 있다. 그저 낮잠이나 잘 뿐이라니 참 무심하고 평온한 이름인 것 같지만 오수, 오수도의 의미는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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