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학교가 문을 닫은 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안전체험관과 한국어교육센터, 온라인학교부터 마을 공동체시설과 농업·문화·관광 공간까지 폐교의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
21일 경상북도교육청에 따르면 1982년 이후 지난해 연말 기준 도내 폐교는 총 732곳이다. 이 중 495곳은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처분이 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경북교육청이 보유하고 있는 폐교는 237곳인데, 이 중 76곳은 교육용 시설로 활용되고 있으며 103곳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주민에게 임대됐다. 경북교육청은 나머지 58곳의 폐교에 대해선 지역사회와 함께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심화하는 수도권 집중화,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인해 최근 3년 간 지역 내에선 총 10곳의 학교(분교 8곳, 본교 2곳 등)가 문을 닫았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엔 폐교 수는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북교육청은 입지, 교육 수요 등을 고려해 폐교를 교육시설로 탈바꿈시키거나 지역사회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문은 닫았어도 여전히 '교육시설'
폐교가 교육시설로 다시 태어난 대표적 사례는 '안전체험관'이다. 2021년 개소한 의성 안전체험관은 옛 다인초등학교 달제분교장 부지에 조성됐다. 이곳은 지진, 소방, 교통, 자연재난 등 실생활과 관련된 안전교육을 체험할 수 있어 학생뿐 아니라 일반 도민도 이용한다.
옛 안강북부초등학교 부지에는 2022년 12월 경북교육청 경주안전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교통안전과 재난안전, 생활안전, 생명존중, 응급처치 등 5개 분야 25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연간 2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경주 내남면의 옛 노월초등학교에는 경주한국어교육센터가 들어섰다. 중도입국 학생과 외국인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수준별 한국어 수업과 한국문화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옛 남산초등학교 삼성분교장은 지난해 경북온라인학교로 바뀌었다. 도내 고교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2025학년도 1학기에는 44교에서 740여 명이 참여했고 78개 강좌가 개설됐다.
옛 경북과학고등학교 부지에는 수학문화관이 들어설 예정이며 구미 산동읍 옛 임봉초등학교 자리에는 유아교육진흥원이 조성 중이다. 학생 수 감소로 문은 닫았지만, 여전히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인 셈이다.
◆마을 주민 손으로 '농업·체험 공간'으로 재탄생
폐교를 지역 주민이 직접 활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2023년 하반기부터 주민단체나 지방자치단체가 폐교를 소득 증대시설이나 공동이용시설로 활용할 경우 무상으로 빌려주는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공모에서는 10건의 신청 가운데 4곳이 선정됐다. 영양 수비초등학교 신암분교장은 특용작물 재배와 공동체육시설로, 구미 해평초등학교 향산분교장은 스마트팜과 마을 평생학습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포항 이가초등학교는 어촌 체험교육 공간으로, 경주 의곡초등학교 일부분교장은 유정란 생산시설로 탈바꿈한다. 각각 지역의 농업과 어촌 자원을 활용해 주민 소득과 공동체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쓰인다.
경북교육청은 자체 활용계획이 없고 지자체 사용 요청도 없는 장기 미활용 폐교 10교를 별도로 관리하며 대부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공모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폐교 활용 방안을 제안하는 방식도 확대할 계획이다.
◆복지·관광·문화시설로…지역의 새 공간된 폐교
지자체나 외부기관이 폐교를 활용해 지역의 복지·문화·관광시설로 바꾼 사례도 적지 않다.
2007년 폐교된 김천 어모초등학교는 김천시와 대부계약을 맺고 2008년부터 중증장애인 자립지원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학교 건물과 운동장은 장애인 복지시설과 주민 산책 공간으로 쓰인다.
안동 화남초등학교는 1995년 폐교 이후 농업기술 교육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농기계 개발과 실습, 야생동물 퇴치 관련 교육 등이 이뤄지며 농업인들의 기술 교류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영천 자천중학교는 2016년 폐교된 뒤 영천시가 매입해 보현산 녹색체험터로 조성했다. 도서관과 카페, 놀이시설 등에 이어 메타버스 체험관과 디지털 추억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칠곡 기산초등학교는 전통문화예술체험학교를 거쳐 현재 기산아트타운으로 활용되고 있다. 금속공예와 목공예, 두부·떡 만들기, 사물놀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울릉중학교 태하분교장은 울릉군이 매입해 수토역사전시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조선시대 울릉도 관리 제도인 '수토제'를 주제로 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관광과 역사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폐교 활용의 과제도 남아 있다. 58곳에 달하는 미활용 폐교 가운데 상당수는 농·산·어촌에 있어 접근성이 낮고, 장기간 방치할 경우 건물 노후화와 관리비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북교육청은 미활용 폐교의 입지와 여건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통해 활용 방안을 찾고, 교육시설로 활용할 곳은 자체 사업에 우선 배정하는 한편 지역 주민과 지자체, 외부기관의 활용 수요도 발굴할 계획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폐교를 교육과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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