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은 짧았다. 지난 1일 교육부가 발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패키지 지원대학은 부산대·전남대·충남대 세 곳이었고, 대구경북의 거점국립대인 경북대는 거기에 없었다. 세 대학은 올해 교당 약 700억 원, 내년부터 2030년까지 해마다 약 800억 원을 받는다. 미선정 대학에 비해 5년간 교당 4천억 원 가까운 지원 격차가 벌어지는 셈이다.
후폭풍은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경북대 총동창회는 평가 기준과 선정 과정의 공개를 요구하며 영남·호남·충청에서 정확히 한 곳씩 뽑힌 결과가 경쟁력이 아니라 권역 안배의 산물 아니냐고 물었고, 지역 정치권은 국정감사에서 따지겠다고 나섰다. 교육부는 안배는 없었다고 답했다. 필자는 경북대 구성원이다. 뼈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 글은 억울함의 호소가 아니라, 후폭풍의 정체를 가려내고 추가 선정을 앞둔 정부와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하려는 것이다.
후폭풍의 실체는 네 겹이다. 첫째, 격차의 고착이다. 4천억 원은 연구 인프라와 교원·대학원생 확보에서 그대로 경쟁력 차이로 옮겨 앉는다. 수도권 일극을 깨겠다는 정책이 비수도권 안에 또 하나의 서열을 세우는 역설이자, 대경권 성장엔진으로 반도체 소재·부품, 이차전지, 모빌리티 부품, AI 로봇을 지정해 놓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중심 거점대학은 두지 않는 모순이다.
둘째, 트랙의 분리다. 교육부 기본계획은 선정 대학을 성장엔진과 AI의 연구 거점으로 키우고, 나머지 여섯에는 취업 보장 계약학과 확대와 산학일체형 교육을 과제로 준다. 선정되면 연구 거점, 탈락하면 취업 트랙이다.
셋째, 대학관의 부재다. 설계도에는 성장엔진과 AI, 브랜드 단과대는 있어도 인문학과 사회과학, 기초과학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대가 서울대인 것은 산업 맞춤 단과대 때문이 아니라 문·사·철에서 수학·물리까지 학문 전체의 후속세대를 길러내기 때문이다. 대학을 대학이게 하는 것은 당장의 쓸모를 묻지 않는 진리 탐구다. 이 철학이 없으면 서울대 열 개가 아니라 고급 인력양성소 열 개를 만드는 셈이다. 단순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인력양성소는 연구중심대학이 추구할 지향이 아니다.
넷째, 신뢰의 균열이다. 8개 부처 정부위원이 참여한 실무위원회가 심사했고, 대학이 발전 계획과 비전을 직접 발표할 자리는 없었으며, 기준별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직전 글로컬대학 평가와 상반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왔다. 평가마다 결과가 뒤집히는데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으면 대학은 다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추가 선정과 관련해 정부 당국은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문은 열려 있다고 했지만 언제 열리는지, 무엇으로 통과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준비할 수 없는 경쟁은 경쟁이 아니다. 선정 대학의 5년 성과 지표 역시 미공개다. 어느 쪽이든 납득할 수 있는 잣대와 기준이 먼저 공개되어야 한다. 해법으로 네 가지 선결 조건이 있다.
첫째, 신뢰의 균열을 메우는 것은 투명성과 전문성이다. 교육·연구 전문가가 심사하고, 대학이 직접 설명할 기회를 부여해야 하며, 점수가 공개되어야 한다. 둘째, 트랙의 분리와 대학관의 부재를 바로잡는 것은 대학의 기능에 맞는 지표의 설정이다. 연구 역량과 고급 인력 양성, 기술이전·창업과 그로부터 생기는 고용을 재야 한다. 대학원 진학자를 셈에서 빼는 졸업생 취업률이 성과관리에서 슬그머니 되살아나지 않도록 지금 못 박아야 한다.
셋째, 격차의 고착을 넘어서는 것은 지역 정착과 일자리의 질이다. 4천억 원을 더 받은 대학이라면 그 돈이 지역에 남긴 것으로 답해야 한다. 졸업생이 3년·5년 뒤에도 지역에 남았는지, 그 일자리가 6개월 계약직인지 강소기업 연구직인지를 물어야 한다. 넷째, 이 모두를 떠받치는 것이 긴 시계다. 박사 한 명 배출에 5~8년이 걸리는데 2년 만에 결과를 내놓으라 하면 대학은 단기 성과에만 천착하게 된다.
경북대와 대구·경북 지자체에도 할 말이 있다. 항의만으로는 추가 선정을 기약하지 못한다. 계획서에 담았던 피지컬 AI 융합교육을 선정 여부와 무관하게 실행하고, 구미의 반도체 소재·부품, 포항의 이차전지, 대구의 모빌리티·로봇 기업과 연구실을 잇는 공동연구와 계약대학원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정부 예산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매칭 투자로 대학과 지역 산업의 결합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 심사장에 들고 갈 것은 성명서가 아니라 실적이다.
정부에도 요구한다. 추가 선정의 시기와 기준, 선정 대학의 성과 지표를 올해 안에 공개하라. 국회에 맡기겠다는 답은 대학에는 기약 없이 기다리라는 말이다. 정부의 분명한 의지 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선정 대학의 과제를 취업 중심으로 한정한 기본계획도 다시 써야 한다. 그대로 두면 '서울대 10개'가 아니라 서울대 하나에 연구거점 셋, 취업사관학교 여섯이 된다.
세 곳을 고르는 것은 정부의 권한이었다. 남은 여섯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 정책의 시험이다. 비수도권 안에 다시 서열을 세우고 인문·사회·기초과학 없는 서울대를 열 개 만들려 하는가? 그렇다면 세 대학에 쏟는 약 1조 2천억 원의 추가 재정은 거점국립대 서열의 순위표만 바꿀 뿐이다. 평가 잣대와 추가 선정 계획을 밝히고, 대학의 철학을 세우고, 여섯 대학에 길을 열어라. 그때 비로소 이 정책은 선정된 셋의 잔치가 아니라 아홉 거점국립대와 지역 모두의 기회가 된다.
예산으로 간판을 세우기는 쉽다. 그러나 산업이 부르면 인력을 내보내는 양성소라는, 개발시대에 머문 철 지난 대학관 위에 세워진 대학은 이름이 무엇이든 대학이 아니다.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서울대의 모토처럼 회자되는 말이다. 대학다운 대학은 진리를 지키는 상아탑이자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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