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검거된 20대 이하 보이스피싱 피의자가 1만1277명으로 1년 전보다 33.1% 늘었다. 경찰청이 지난달 18일 국회 박수민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피의자 현황에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보이스피싱 수거책 알바' 구인 공고가 쏟아지고 있다. '단순 전달·일당 30만원'에 현혹돼 일당 10만원을 받은 초범에게 법원이 내린 형량은 징역 2년 실형이었다. 형량과 배상액은 받은 일당이 아니라 조직이 가로챈 피해 총액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 20대 이하 피의자 1만1277명, 1년 새 2천800명 늘었다
경찰청이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20대 이하 피의자는 2023년 9842명, 2024년 8471명이었다. 이 수치는 지난해 1만1277명으로 크게 뛰었다. 젊은 구직자가 범죄의 말단으로 빨려 들어가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뜻이다.
전체 판이 커진 탓도 있다. 경찰청이 지난 14일 박정현 의원실에 낸 피해 현황을 보면 지난해 5대 피싱 범죄 피해액은 1조4668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피해액은 4131억원으로 하루 평균 22억8천만원꼴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25년 1~11월 피해액은 1조133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7257억원보다 56.1% 늘었다.
명절은 특히 취약한 구간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명절 전후 피해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6년간 설·추석 무렵 피해는 4만4883건이었다. 피해액은 총 4650억원에 달했다. 추석이 낀 9~10월 피해액은 5년 만에 237억원에서 703억원으로 불었다. 1인당 피해액도 940만원에서 2150만원으로 2.3배 뛰었다.
◆ 3억1700만원 전달하고 손에 쥔 건 일당 10만원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는 지난해 11월 SNS 고수익 알바 공고에 속아 피해자 15명에게서 3억1700만원을 전달한 20대 2명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을 법정구속했다. 이들이 받은 돈은 하루 10만원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대면 면접과 신분증 사본 제출만으로 채용돼 거액을 건네받는 방식은 정상적인 근로 형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어도 범죄일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실행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같은 판단은 반복되고 있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8월 8명에게서 1억5천만원을 받아 넘긴 50대 수거책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구속했다. 초범이라는 사정, 속았다는 주장은 형을 깎는 사유가 되지 못했다.
◆ "몰랐다"는 항변, 대법원이 잇따라 막았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선고한 판결에서 비대면 지시와 쪼개기 송금 같은 정황이 있으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어 지난해 1월 판결에서는 전체 수법을 몰랐더라도 피해자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면 사기죄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못 박았다.
무죄가 뒤집힌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구직사이트에서 '정산 서류 전달' 일로 알고 8명에게서 1억6900만원을 받아 넘긴 피고인의 2심 무죄를 깼다. 대법원은 사건을 유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형사 전문 로펌의 이 관계자는 "정상적인 아르바이트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정황이 있으면 '적어도 정상적인 일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은 인식했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짚었다.
◆ 형법 10년·특경법 3년… 피해액 넘으면 형이 뛴다
현금 수거·전달은 형법 제347조 사기죄로 10년 이하 징역 대상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대면편취 가담자에게 1년 이상 유기징역과 범죄수익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병과하도록 규정한다. 조직의 편취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법정형 하한이 3년 이상 징역으로 뛴다.
현금과 함께 체크카드나 통장을 건네받아 옮기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더해져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형사처벌로 끝나지도 않는다. 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 규정에 따라 피해액 전액을 다른 가담자와 연대해 물어내야 한다. 일당은 10만~20만원인데 책임은 억대로 매겨지는 구조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3월 공개한 홍보 자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뿐이라고 해도 범죄가 되기 때문에 처벌받을 수 있다"며 "이러한 고수익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잡히는 건 말단 56%, 총책은 2.6%
처벌이 말단에 쏠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검거된 피의자 3만2370명 가운데 수거·전달·인출을 맡은 하부 조직원이 56.0%인 1만8138명이었다. 통장을 빌려준 계좌명의인이 24.9%인 8075명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최근 5년간 검거된 12만8016명 중 총책 등 상선은 2.6%인 3299명에 그쳤다. 지난해 붙잡힌 상선은 809명이었다. 경찰청은 17일 고수익 알바로 청년을 끌어들여 국내에서 50억원을 가로챈 조직원 67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형사 전문 변호인단은 조직에 속아 단순 배달로 알았더라도 수당의 고액성과 전달 방식의 비정상성 탓에 법정에서 무죄를 소명하기가 극히 어렵다고 지적한다. 경찰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단은 이달부터 24시간 특별 경보와 집중 단속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 한 사립대 관계자는 "누구나 의도치 않게 보이스피싱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구직 사이트에 올라오는 고액 아르바이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취업사기·대출사기 유형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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