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한쪽 귀가 물에 잠긴 듯 먹먹하고 삐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감기 기운에 피로가 겹쳤겠거니 넘기기 쉬운 이 증상이 실은 응급질환일 수 있다. 돌발성 난청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가장 최근 확정 통계인 2022년 기준으로 한 해 이 병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10만3474명이다. 치료가 늦으면 세 명 중 한 명은 청력을 영구히 잃는다.
◆ 감기 뒤에 숨은 '귀의 응급질환'
돌발성 난청은 순음청력검사에서 연속된 세 개 이상 주파수의 청력이 30dB 넘게 떨어지는 일이 사흘 안에 생겼을 때 진단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과 대한이과학회 진료 가이드라인이 같은 기준을 쓴다. 대개 한쪽 귀에 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질환정보를 보면 환자 열에 여섯 이상이 귀 먹먹함과 함께 삐 소리 같은 이명을 겪는다. 어지럼증이 따라오기도 한다. 감기 끝에 귀가 막힌 느낌과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다.
원인은 대부분 모른다. 정밀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특발성이 열에 여덟, 아홉이다. 바이러스 감염과 달팽이관 혈류 장애가 유력한 가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월별 분석에서는 환절기인 3~4월에 발생이 가장 많았고, 상기도 감염 유행과 밀접하게 맞물렸다. 감기가 도는 시기에 귀도 위험해진다는 뜻이다.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돌발성 난청은 초기 치료 여부에 따라 청력 회복 정도가 달라지는 만큼 응급질환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 20대 환자 5년 새 40% 늘었다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심평원 보건의료빅데이터 기준으로 돌발성 난청 환자는 2021년 처음 10만 명을 넘었고, 이듬해에도 그 수준을 유지했다. 5년 전보다 4분의 1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연령은 20대다. 같은 기간 20대 환자는 40.3% 뛰었다. 20~30대를 합치면 전체 환자의 4분의 1에 이른다. 노인성 질환이라는 통념과 다르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지에 실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자료 분석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돌발성 난청 환자가 유의하게 늘었다. 20대만 떼어 보면 유행 전보다 16% 증가했다.
◆ 72시간, 그리고 '3분의 1 법칙'
치료 시기가 모든 것을 가른다. 대한이과학회 치료 표준지침은 증상이 나타난 뒤 72시간을 돌발성 난청 골든타임으로 잡는다. 늦어도 한두 주 안에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이비인후과학회의 2019년 진료지침도 발병 2주 안에 청력검사를 받으라고 강력히 권고한다. 여섯 주가 지나면 청력이 더 좋아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예후는 흔히 '3분의 1 법칙'으로 설명한다. 공단과 질병관리청 자료가 같은 수치를 든다. 치료받은 환자의 3분의 1은 정상 청력을 되찾고, 3분의 1은 일부만 회복하며, 나머지 3분의 1은 영구 실청으로 남는다. 치료가 늦을수록 정상 회복 쪽 몫은 줄어든다.
대한청각학회 학술지에 실린 2009년 연구에서는 증상이 나타나고 일주일 안에 스테로이드 병합 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청력 회복률이 61.6%였다.
문제는 환자가 늦게 온다는 데 있다. 초기 증상이 단순 귀 먹먹함이나 코감기와 비슷해 닷새에서 이레 넘게 두고 보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공단이 소개한 사례에서는 환절기 이명과 먹먹함을 감기 후유증으로 여겨 2주 방치한 끝에 80dB 넘는 심도 난청으로 굳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한쪽 귀의 청력이 갑자기 떨어진 느낌이 1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또는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는 응급 상황으로 판단하고 즉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유일하게 효과 입증된 치료, 고용량 스테로이드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진료 가이드라인은 고용량 스테로이드 전신 투여를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1차 표준 치료로 지정했다. 통상 프레드니솔론을 하루 60mg씩 한두 주 먹거나 주사한 뒤 서서히 줄인다. 청신경종양을 가려내기 위한 MRI는 권하되, 습관적인 CT와 혈액검사는 하지 말라는 것도 가이드라인의 내용이다.
약이 센 만큼 부작용도 있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혈압이 나빠지며, 위궤양과 불면을 부를 수 있다. 당뇨·고혈압 환자는 입원해 지켜보거나, 고막 안으로 약을 직접 넣는 고실 내 주입술로 대신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은평성모병원 연구팀은 전신 부작용을 줄이면서 약물이 달팽이관에 더 잘 닿게 하는 고실 내 약물 전달 기술로 대한이과학회 최우수연제상을 받았다.
◆ 80dB 벽에 막힌 고압산소치료
스테로이드가 듣지 않으면 고압산소치료를 더한다. 그런데 건강보험은 처음 측정한 청력역치가 80dB 이상인 고도 난청 환자에게만 급여를 인정한다. 2019년 시행된 보건복지부 고시 기준이다. 기간도 통상 두 주, 열 번 안팎으로 묶여 있다.
50~70dB의 중등고도 환자는 한 번에 수만~십수만 원을 자기 돈으로 낸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고압의학 전문의들은 이 기준이 치료 사각지대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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