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재정정책은 경기회복과 민생안정을 위한 적극적 재정운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지출을 늘려 민간의 부족한 수요를 보완하는 것은 전통적인 경기대응 수단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재정확대가 일시적인 처방을 넘어 국가채무에 지속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로 굳어질 때 발생한다.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확대하는 것은 새로운 재원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현재의 지출을 미래의 세금과 이자부담으로 이전하는 행위에 가깝다. 정부 역시 장기적으로는 세입의 범위 안에서 지출을 감당해야 하며, 국채는 조세부담의 시점을 미래로 미루는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채무를 통해 반복적으로 재정을 확대한다면 오늘의 경기부양은 결국 미래 재정여력을 미리 사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재정확대의 효과가 기대보다 작아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계가 정부의 채무 증가를 미래 세금 증가로 예상하면 현재 소비를 늘리기보다 저축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면 자금시장에서 정부의 자금수요가 증가해 시장금리에 상승압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을 높여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지출이 증가하더라도 민간투자가 감소한다면 경제 전체의 순수한 성장효과는 기대보다 작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자비용이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정부는 매년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자 지출이 증가하면 교육, 연구개발, 산업정책, 청년 일자리, 지역경제 활성화 등 생산적 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든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채무와 이자 부담이 계속 증가하면 채무를 갚기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연금, 의료, 장기요양, 복지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현재의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여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부담을 남길 수 있다. 현재의 채무 수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향후 증가속도와 지출구조이다.
채무를 통한 확장재정은 통화정책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도 정부가 재정을 계속 확대하면 총수요가 증가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여야 하고, 결과적으로 정부는 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중앙은행은 금리로 이를 억제하는 정책 충돌이 나타날 수 있다.
재정지출이 한번 확대되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정치경제학적 문제도 있다. 경기침체기에 도입된 각종 보조금과 지원사업은 수혜집단이 형성되면서 경기회복 이후에도 축소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불황기에 적자를 확대하고 호황기에 재정을 건전화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황기에도 쓰고 호황기에도 계속 쓰는 구조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추경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 역시 이러한 재정규율 약화와 연결될 수 있다.
물론 모든 국가채무가 동일하게 문제인 것은 아니다. 국채로 조달한 재원이 연구개발, 인공지능, 인프라, 인적자본 등 생산성을 높이는 분야에 투자되어 미래 성장률과 세수를 충분히 확대한다면 채무의 경제적 부담은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일회성 소비지원이나 성장효과가 낮은 사업을 반복적으로 채무로 충당한다면 국가채무만 늘고 경제의 생산능력은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재정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느냐가 아니라, 빌린 돈보다 더 큰 생산성과 소득을 미래에 만들어냈느냐에 달려 있다. 채무 한 단위가 창출하는 성장과 세수가 원금과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성장재원이 아니라 미래소득의 선사용에 불과하다.
이제 재정논쟁도 단순한 확장과 긴축의 선택을 넘어야 한다. 경기침체기에 필요한 재정역할은 인정하되, 채무로 조달하는 재정에는 더 엄격한 경제성 평가와 지출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한다. 빚으로 지출을 늘리는 것과 경제성장을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채무보다 더 큰 성장과 생산성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확장재정은 결국 미래의 재정을 앞당겨 쓰는 정책에 그칠 수 있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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