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존 주주 가치가 희석된다는 반발에 금융당국까지 중복상장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상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기대가 주주들 사이에서 나온다. 다만 당국이 해외 상장을 직접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아 실제 상황이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291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지난 20일 119만원으로 넉 달 만에 59% 넘게 빠졌다.
반도체 업황 우려와 금리·AI 수익성 논란이 겹친 영향이 크지만 솔리다임 상장설이 전해질 때마다 낙폭이 두드러졌다. 상장설이 처음 시장에 알려진 지난 8월 5일 다음날 주가는 10.37% 급락했고, 주관사 선정 소식이 나온 뒤에도 5%대 하락했다. 약 346만명에 이르는 소액주주의 불만이 커진 배경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해 세운 미국 법인이다. 현재 SK하이닉스가 미국 중간지주사 AI컴퍼니를 통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진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정하고 내년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약 200조원), 조달 규모는 150억달러 안팎으로 거론된다.
주주들이 반발하는 핵심은 가치 희석이다. 지금은 솔리다임이 벌어들인 이익을 SK하이닉스 주주가 지분만큼 나눠 갖지만 솔리다임이 별도 상장해 외부 투자자가 지분을 가져가면 그만큼 기존 주주 몫이 줄어든다.
같은 사업 가치가 모회사와 손자회사에 이중으로 계산되면서 모회사에 기업가치 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22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했을 때와 닮은 구도다.
여기에 금융당국까지 중복상장 가능성을 들여다보면서 SK하이닉스의 상장 추진에 부담이 커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금융감독원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인지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도 압박에 나섰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솔리다임이 길을 열면 다른 그룹도 따라올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새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감원장이 밝힌 중복상장 의견과 국내 증시 밸류업 실행 의지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SK하이닉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솔리다임 상장 반대 표결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상장의 본질을 '이해상충'으로 규정하며 이사회에 상장 중단을 촉구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AI컴퍼니와 솔리다임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면서 일반주주에게만 지분 희석 비용을 떠넘기는 구조라는 것이다.
포럼은 "SK하이닉스가 내년 말 456조원의 현금을 보유할 것으로 보여 자금이 필요하다는 상장 논거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현금이 넘치는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에 직접 출자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에 솔리다임의 상장을 직접 막을 권한은 없다. 솔리다임은 미국 법인이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사례여서 한국거래소의 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시행된 중복상장 규제의 핵심인 특례심사는 국내 상장에만 적용된다.
결국 SK하이닉스 이사회의 주주보호 의무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지난 8월 3일 시행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은 중복상장 심사를 강화하면서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영향 평가와 주주보호 방안 마련 등 5대 의무를 부과했다.
해외 상장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이를 어겨도 위약금은 SK하이닉스·SK스퀘어를 합쳐 최대 20억원 수준에 그쳐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상장 방식과 공모자금의 사용처, 주주환원 계획이 기존 주주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번 상장을 자회사 쪼개기가 아니라 인수한 사업의 투자금 회수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SK하이닉스가 90억달러에 사들인 낸드 사업이 그 11배가 넘는 가치를 인정받는 만큼 상장 차익의 대부분은 지배 지분을 쥔 SK하이닉스 주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중복상장이 아니라 인수·합병(M&A) 투자금 회수와 후속 투자재원 확충의 성격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오는 28일 열리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 쏠린다. 회사는 지난 8월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하며 이번 실적 발표 때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안내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추가 환원과 함께 솔리다임 상장의 필요성, 주주보호 원칙에 대한 설명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SK하이닉스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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