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랑스 '약탈 시위' 보상 누가 하나…보험이 먼저, 국가 책임은 '불투명'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프랑스 시위 때마다 반복되는
프랑스 시위 때마다 반복되는 '명품 매장 약탈'. AI로 생성한 이미지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생활비 항의 시위가 약탈과 방화로 번지면서 피해 업체에 대한 보상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지 상공회의소는 피해 업체가 2,000곳 이상이라고 밝혔고, 현지 언론의 집계에서는 3,000곳 이상으로 늘었다. 프랑스 보험협회는 아직 손실 규모를 내놓지 못했다.

이번 시위는 9월 말 파리 북부 외곽 고교에서 교사 부족과 열악한 시설에 항의하며 시작됐다. 이후 '노란 조끼' 세력과 노조, 농민이 합류해 생활비와 불평등 문제로 확산됐다. 17일 참가자는 당국 추산 55만 명, 주최 측 추산 80만 명으로 대부분 평화적으로 행진했다. 그러나 복면을 쓴 무리가 상점과 시청 건물을 노리면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AFP 등에 따르면 체포자는 2,500명을 넘었고 경찰·헌병 등 보안 인력 1,000명 가까이가 다쳤다.

복면을 쓴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의 한 명품 매장에서 상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사진=X(엑스)
복면을 쓴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의 한 명품 매장에서 상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사진=X(엑스)

피해는 명품 매장에 집중됐다. 마르세유에서는 에르메스와 롤렉스 매장이 피해를 입었고, 파리에서는 셀린느와 버버리 매장이 약탈당했다. 랄프로렌·구찌·베르사체 등 디자이너 매장의 유리 진열창도 깨진 채 발견됐다. 보르도와 릴의 애플스토어, 카르푸·프랑프리·모노프리 같은 대형 유통업체도 표적이 됐다. 카르푸는 피해 점포 50곳의 수리비가 1,000만 유로(약 170억~180억 원)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명품 브랜드와 업계 단체는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시위 소집 공지는 9월 틱톡에서 처음 올라왔다. 르몽드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9월 27일부터 10월 16일까지 17일 시위를 언급한 게시물은 약 46만 건, 관련 틱톡 영상 조회수는 약 1억 3,200만 회에 이르렀다. 약탈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틱톡과 X(구 트위터)에 전리품을 자랑하는 영상을 올렸다. 한 영상에서는 "파리, 고맙다. 우리가 다 부숴버렸다"며 "Z세대, 리스펙트"라고 말했다. 다른 영상에서는 약탈 가담 이유로 "약탈하면 돈을 아낀다"는 발언도 나왔다.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로랑 뉘네즈 내무장관은 19일 상점주들 앞에서 통제력을 잃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통제력을 잃었다고 인정했다. 사전 예측이 부족했고 당일 경찰·헌병 약 6만 명이 투입됐지만 군중을 감당하기엔 모자랐다는 설명이다. 뉘네즈 장관은 사의를 표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극단주의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정당한 불만과 조직적 폭력은 구분해야 하며, 극단 세력이 시위를 조직하지 않고도 혼란을 이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약탈품이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흘러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고거래 플랫폼 빈티드(Vinted)는 약탈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다수 식별해 삭제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베이는 의심 게시물 증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약탈품이 거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플랫폼 업체들을 불러 장물의 온라인 유통 대응을 논의했다.

피해 보상은 1차적으로 각 업체의 상업용 보험에서 이뤄진다. 다만 프랑스 보험법 L.121-8은 폭동 피해를 기본적으로 면책 대상으로 규정한다. 대부분의 복합 상업 보험이 화재·도난·유리 파손 조항 등으로 이를 특약처럼 되살려 보장한다. 보험협회는 가입 업체가 보통 5일 안에 보험사에 알려야 하고, 일부 보장은 경찰 고소가 전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약관마다 기한과 조건이 달라 업체별 확인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보험이 메우지 못하는 부분이다. 매장이 문을 닫아 생기는 매출 손실은 보장에서 빠질 수 있다. 프랑스앙포(franceinfo)에 따르면 한 슈퍼마켓은 피해액이 10만 유로에 이르고 2주간 문을 닫아야 한다. 보석상 주인은 재고 일부가 보장 대상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2023년 경찰의 총격으로 10대 소년이 숨지며 촉발된 이른바 '나엘 사태' 때도 보상은 몇 달씩 걸렸다. 당시 6월 말 약탈당한 한 스포츠용품점은 11월 20일에야 유리창을 복구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폭동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불길이 타오르고 진압 장비를 갖춘 경찰관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폭동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불길이 타오르고 진압 장비를 갖춘 경찰관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는 나엘 사태의 교훈으로 올해 재정법에 새 제도를 담았다. 모든 재산피해 보험에 폭동 보장을 의무화하고 면책을 허용하지 않으며, 보험사가 대형 손실을 감당하도록 돕는 국가 지원 기금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영업중단 보장이 이미 포함된 보험은 폭동 피해까지 확대된다. 2023년 나엘 사태 때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약 7억9,300만 유로(1만6,400건)였다.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길도 있다. 국내안보법 L.211-10은 군중이 폭력적으로 가한 재산 피해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올해 3월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이 이익만 노린 약탈은 법적 의미의 폭동이 아니라며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어, 이번 약탈에도 이 조항이 적용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서둘러 지원책을 내놨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19일 위기 각료회의 뒤 보험사와 협의해 자금을 최대한 빨리 풀겠다고 밝혔다. 피해 점포 직원의 부분실업 급여는 정부가 100% 부담하고, 피해가 큰 상인을 위한 연대기금도 만든다. 보험협회는 보상 가속화와 선지급 지원을 약속했다. 일부 지역에는 선별적 통행금지가 적용됐다.

손실 규모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프랑스앙포는 '수억 유로'라고 전했고, 일부 매체는 보험 손실이 10억 유로를 넘을 수 있다고 봤다. 이탈리아 패션 매체 NSS는 파이낸셜타임스가 상점 피해를 10억~12억 유로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약탈 재고뿐 아니라 점포 피해 전체를 포함한 것이다.

결국 이번 보상의 열쇠는 보험과 국가 책임, 그리고 새 제도의 시행 시점에 달려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명품 브랜드는 보험으로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영업 중단 손실까지 보장받지 못하는 영세 상점은 복구가 늦어질 수 있다. 나엘 사태 때 보상이 몇 달씩 걸렸던 전례가 있다. 보험금 부담은 중장기적으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4일 예상되는 추가 시위에 군 병력까지 동원한 대규모 보안 작전을 예고한 상태다. 대선을 6개월 앞둔 프랑스에서 '약탈의 청구서'를 누가, 얼마나 빨리 치르느냐가 정치적 부담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가철도공단은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철거 소송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대구시에 소유권이 이관된 상...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67만원과 470만원으로 유지하며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AI...
제30호 태풍 '참피'는 한국과 대만 기상당국의 예상 경로 차이 속에 초강력 세력을 유지하며 서북서진하고 있으며, 대만 중앙기상서는 오는 2...
프랑스에서 정부 재정 위기가 폭동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프랑스가 '구제하기에는 너무 큰 나라'에 진..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