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제 기능 못하는 손가락, 허리… "딸만큼은 마음껏 꿈꾸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곰팡이 핀 좁은 월세방서 지적장애 아내·첫째 딸과 생활
척추관협착증에 굳어버린 엄지손가락… 일용직으로 생계 이어가
"딸만큼은 가족 걱정 없이 살길" 속앓이 하는 아버지

양영수(54·가명) 씨가 네 식구가 사는 좁은 방에서 낡은 벽지와 바닥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정두나 기자.
양영수(54·가명) 씨가 네 식구가 사는 좁은 방에서 낡은 벽지와 바닥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정두나 기자.

"치익, 치이익…"

누렇게 변한 곰팡이가 벽지 곳곳에 번져 악취를 풍기자, 어쩔 수 없이 방 안에 붙여 둔 화장실용 자동 방향제의 소리다. 방향제는 까맣게 죽은 벽지를 향해 쉴 새 없이 향을 내뿜었다. 하지만 집안 세간에 끈덕지게 밴 곰팡이 냄새를 지울 수는 없었다.

2평 남짓한 방 2개가 붙어 있는 집에 창문은 단 하나뿐. 그마저도 세간살이에 가려져 환기조차 쉽지않다. 물방울이 맺힌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미약하기만 하다. 안쪽 방까지 온기가 닿지 않는 탓에 지적장애가 있는 아내와 첫째 딸은 사시사철 어두운 방 안에서 지낸다.

양영수(54·가명) 씨는 그늘진 방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한 게 가장 후회됩니다. 아이들한테 미안해서요."

◆ 아내·첫째 딸 장애…막막한 네 식구 삶

영수 씨는 한곳에서 오래 머물렀던 기억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유독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생때 고향인 청송에서 홀로 부산까지 여행도 갔다. 고향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떠난 그는 신문과 음식 배달을 하며 자유롭게 살았다.

정착을 결심한 것은 지금의 아내를 만나 첫째 딸이 태어나면서부터다. 가족이 생기자 혼자 벌어 자유롭게 살던 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아내는 지적장애 3급으로 기본적인 대화와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취업은 어려웠다. 첫째 딸 역시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나면서 영수 씨의 어깨는 더더욱 무거워졌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에서 일감마저 점점 줄었다. 그 사이 태어난 둘째 딸까지 데리고 대구로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도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보다 짧은 데다 딱딱하게 굳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두 엄지손가락이 걸림돌이었다. 척추관협착증까지 앓으면서 오랫동안 걷거나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도 어려워졌다. 인력사무소를 찾아가도 그를 쓰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동네 사람들의 부탁을 받아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편의점을 잠시 봐주거나, 차로 짐을 옮겨주는 일을 하며 하루 3만~4만원을 버는 식이었다.

◆ 야외나 다름없는 집

잘 곳도 마땅치 않았다. 수중에 있던 16만원으로 겨우 월세방을 구했다. 두 평 남짓한 방 두 개가 붙어 있는 집이었다. 네 가족의 옷과 생필품을 넣어둘 공간이 부족해 물티슈, 휴지와 옷가지를 질서 없이 그저 쌓아둘 수밖에 없다.

마음 놓고 씻을 공간도 없다. 야외에 플라스틱 가벽을 세우고 천장을 덧댄 공간을 신발장이자 주방, 샤워실로 사용한다. 바닥은 돌가루가 나뒹구는 시멘트다. 겨울에는 추위를 견디고 여름에는 무더위를 버티며 몸을 씻는다. 현관문을 열면 곧장 바깥으로 이어져, 누군가에게 맨몸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13년이 흘렀다. 세월이 지나도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장애가 있는 아내와 첫째 딸은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 양 씨와 둘째 딸이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수급비와 근로소득 등을 합쳐 한 달 약 300만원으로 네 가족이 살아간다. 월세 20만원에 척추관협착증 치료비까지 내고 나면 생활비를 쓰기도 빠듯하다.

◆ 둘째 딸에게 더 넓은 세상을

네 가족에게 유일한 희망은 둘째 딸 양영은(22·가명) 씨다. 영은 씨는 올해 대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취업 자금을 모으는 동시에 가계에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다. 열심히 일하면 한 달에 70만원가량을 번다. 취업 준비를 위해 돈을 모으는 한편, 일용직을 전전하는 아버지에게 용돈도 드린다.

영은 씨의 꿈은 호텔리어다. 4성급 호텔에서 각양각색의 손님을 맞이하고, 자신의 손으로 커다란 호텔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취업에 필요한 공부를 하며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둘째 딸이 하고 싶다면 뭐든지 해주고 싶어요. 공부하고 싶다면 노트북을 사주는 건 물론이고, 해외 유학도 보내주고 싶죠." 양 씨는 둘째 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척추관협착증으로 감각을 잃은 지 오래인 오른발을 원망스럽게 노려봤다. 사랑하는 딸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형편이 미안할 뿐이다.

딸을 향한 양 씨의 마음은 누구보다 깊다. 오후 9시만 돼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홀로 골목을 걸어 돌아올 딸이 걱정돼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걷지 않도록 아내를 보내 귀갓길을 살핀다. 딸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도, 매번 딸 걱정에 마음을 졸인다.

그런 양 씨가 둘째 딸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가족 걱정에 발목 잡히지 않고 홀로 제 삶을 꾸려가는 것이다. 가족을 마음에 두고 살기보다 훌훌 떠나 여행도 다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인생을 즐기길 바란다.

하지만 하루 6~7시간씩 고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면 영은 씨는 지쳐 쓰러져 잠들기 일쑤다. 취업을 준비할 시간을 내기도, 공부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

양 씨는 딸에게 더 나은 내일을 선물해 주고 싶다. 홀로 조용히 공부할 방과 튼튼한 책상을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기부금 영수증 처리는 가정복지회(053-287-0071)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홀로 두 아이 양육 이정수 씨에 2,682만원 전달

아내가 떠난 뒤 어린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성실히 살았지만, 최근 건강 악화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정수 씨(매일신문 10월 13일 12면)에게 2천682만5천347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한미병원(신홍관) 5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두드림정신과(정진영) 10만원 ▷법무사김태원사무소 10만원 ▷국선도두류수련원 3만원 ▷변정기 5만원 ▷이현목 5만원 ▷강종수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배상영 2만원 ▷신종욱 2만원 ▷여환주 2만원 ▷최은서 2만원 ▷최정원 2만원 ▷박하영 1만원 ▷이장윤 6천원 ▷여경희 500원 ▷'청명' 1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윤희(46·가명) 씨가 초등학생 딸의 가방을 끌어안고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고통 속에 살아가는 김윤희 씨에 2,489만원 성금

가정폭력 속에서 이혼과 재혼을 겪으며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어린 딸마저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큰 상처를 입은 김윤희 씨(매일신문 10월 20일 12면)에게 41개 단체, 99명의 독자가 2천489만8천515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이충곤재단 300만원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배민경)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새화성약국(박경옥) 2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봉산성결교회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토랄인쇄(김창근)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두류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50만원 ▷성현탁 50만원 ▷김진숙 문심학 이신덕 장재이 각 30만원 ▷박철기 20만원 ▷곽용 김선우 박호정 배영옥 유재혁 전시형 조득환 허정원 각 10만원 ▷이동욱 9만원 ▷배상영 6만원 ▷김영수 김호근 박정희 박종천 서준교 안대용 이상준 이재열 이종하 전우식 정순화 정영숙 최상수 최영철 각 5만원 ▷김태욱 박명숙 박승호 이대성 이영아 이재민 조재순 각 3만원 ▷강병호 권유진 권정출 성민교 안현준 이경희 이성엽 이진욱 이해수 전은진 차경수 각 2만원 ▷강민주 강병구 권오현 김경진 김균섭 김다영 김덕우 김성진 김주현 김태천 김희태 박인배 박찬무 박태용 박홍선 변희광 신승교 우철규 이강원 이승호 이운대 이원형 이유록 전선수 정서원 정흔주 조병관 조영식 조인숙 최경철 최수진 각 1만원 ▷신혜진 조용인 각 5천원 ▷김명숙 3천원 ▷여경희 최연준 각 1천원 ▷심윤종 38원

▷'왕이신하나님이영석' 30만원 ▷'재하님께' '주님께감사' '주님사랑' 각 10만원 ▷'김민규안다겸' 5만원 ▷'건강' '김윤희씨후원' '석희석주' '이현박경아' 각 1만원 ▷'힘내세요' 7천777원 ▷'행복의씨앗이길' 5천원 ▷'당진국가대표대박응원' 700원.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만 발행이 가능합니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강원도 철원에서 30대 여성이 민간인출입통제선을 넘어 GOP 철책의 감지 센서를 절단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군 당국은 해당 여성에게 대공 혐...
강레오 셰프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일본에서 놀러온 청년들을 비판하며, 청년들의 근로의식과 관련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청년들이 힘든 일을 회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의 선거자금 집행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회계 담당자와 선거용역업체 대표의 변호인...
브라질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결선투표에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꺾고 통산 4선에 성공하며 브라질 역사상..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