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들이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싸움을 벌여 논란이 일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학생 두 명이 서로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모습과 상대방에게 침을 뱉는 장면 등이 담겼다.
현장에 있던 일부 학생은 싸움을 제지하는 대신 휴대전화로 상황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서로 신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앞세워 주먹과 발길질을 주고받는 청소년들의 이른바 '야차룰' 폭력이 학교 현장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싸움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뜨리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일종의 놀이처럼 소비되는 등 폭행 자체를 넘어선 2차 피해도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야차룰' 등 신종 학교폭력에 대한 심의 건수는 2024학년도 107건에서 2025학년도 223건으로 증가했다. 1년 만에 두 배를 넘어선 것이다.
2026학년도 들어서도 관련 심의는 이어졌다.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집계된 심의 건수는 160건으로, 피해 학생은 243명, 가해 학생은 420명이었다. 올해 8월까지의 심의 건수만으로도 전년도 전체의 약 72%에 해당한다.
피해는 중학생에게 집중됐다. 올해 심의된 160건 가운데 중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은 106건으로 전체의 약 66%를 차지했다. 피해 학생 243명 중 중학생은 173명으로 71.2%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74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남 61건, 광주 55건, 부산 48건, 강원 40건, 서울 31건 순으로 집계됐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지역에서 관련 사건이 확인된 것이다.
폭력 유형별로는 신체폭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신체폭력 심의 건수는 2024학년도 96건, 2025학년도 200건이었으며, 2026학년도에는 8월까지 139건으로 집계됐다. 언어폭력 209건, 강요 141건, 사이버폭력 91건 등 신체폭력 외 유형도 함께 나타났다.
야차룰은 서로 신고하지 않기로 약속한 뒤 별도의 보호장비 없이 주먹이나 발 등을 이용해 싸우는 행위를 가리키는 은어다. 일부 청소년은 폭력에 앞서 신고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하거나 서로 약속하는 방식으로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끼리 합의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허용하는 행태가 나타나는 셈이다.
또래 학생들이 폭행 장면을 지켜보거나 촬영하는 행태는 폭력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되면 피해 학생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폭행 장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거나 조롱의 대상이 되는 등 추가 피해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야차룰 방식의 폭력 사건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제주 제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중학생 두 명이 또래 학생 1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두 학생을 특수폭행 혐의로 체포했다.
싸움을 강요받은 피해자가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시의 한 공원에서는 20대 여성이 10대 여성 두 명과 싸움을 강요받았다가 사망했다. 경찰은 싸움을 강요한 20대 남녀를 공동강요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폭행에 가담한 10대 여성 두 명은 폭행치사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서로 신고하지 않기로 약속하거나 각서를 썼더라도 폭행에 따른 법적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행위가 폭행이나 상해에 해당하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싸움을 강요하거나 부추긴 행위, 폭행 장면을 촬영해 유포한 행위 역시 구체적인 가담 정도와 행위 내용에 따라 법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신종 학교폭력이 확산하면서 경찰과 교육당국도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청소년 대상 범죄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가정에서도 자녀의 행동 변화를 살펴 폭력과 관련한 위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안내가 이뤄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도 예방교육과 학교폭력 대응 절차를 손질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5일 제주 그랜드조선제주호텔에서 '2026년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간담회'를 열고 신종 학교폭력 예방과 지방교육재정 개편 등 교육 현안을 다뤘다.
간담회에서는 학교전담경찰관을 중심으로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학교폭력 심의 기준을 세분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온라인에 퍼진 폭행 영상을 신속하게 삭제하거나 차단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간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공유됐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협의회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방지하기 위한 법령 정비와 교육감 의견서의 실효성 강화, 국가 차원의 교육활동 보호 전담기구 설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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