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현호 칼럼] 국회독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우리나라는 국회가 행정부,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 국가가 됐다. 과거에 대법원장은 삼부요인이라 해서 국회에 출석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출석하더라도 개별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인사말만 하고 이석을 하였는데 최근에는 대법원장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증인으로 불려가 의원들로부터 질책과 추궁을 받았다. 최근에는 대법원에 대한 국정조사도 예정돼 있다. 대통령도 국회의 다수당과 다른 당 소속이면 국회에 대한 견제 수단이 법률안 거부권 외에는 거의 없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국회는 행정부 인사에 대한 줄탄핵, 예산 줄삭감을 한 끝에 결국 대통령을 탄핵했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대통령제 국가이다. 그런데 약 30년 전부터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국정조사, 특별검사 임명 등의 우월적 권한을 자주 행사하다보니 어느덧 우리나라는 국회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는 나라가 됐다. 이러한 것은 우리나라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헌법의 설계에 위배되는 국정 운영 방식이다.

국회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대통령도 국회 해산권, 국회의원 탄핵소추권 등을 가지고 있어서 입법부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권능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제도가 일본, 영국, 독일 등 의원내각제 국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이면서도 국회는 행정부에 대해 법률제정, 인사청문, 국정감사에 탄핵과 예산삭감 등을 통해 견제할 수 있음에도 대통령은 국회에 대해 견제기능이 없어 국회 다수당이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국회독재 국가가 돼 있다.

일본 등의 의원내각제 나라는 의회도 내각을 존중해 준다. 의회가 내각의 정책에 반하는 결의를 자주해 국정의 발목을 잡으면 내각은 국회해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면서도 공존한다.

그러나 우리는 국회 다수당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고, 양측의 정치적 대립이 장기화할 경우 이를 해소할 제도적 수단이 없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다르므로 양측의 대립이 장기간 지속되면 국정이 불안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제에서는 권력분립의 원리가 더욱 충실하게 작동하도록 각 기관이 권한을 절제하고 헌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의원내각제 국가도 아니고 대통령제 국가도 아니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공산주의 나라와 같이 국회중심 국가가 돼있다. 공산주의 헌법은 공산당, 노동당 등 단독 정당이 의회를 지배하며 대통령격인 주석도 어차피 같은 당 소속이니 실질적으로는 주석이, 형식적으로는 의회가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나라이다. 우리나라도 어느 새 중국 등 공산주의 헌법을 본받아서 국회의 다수당이 일당 독재를 하는 나라가 됐다. 과거 여야 합의로 채택되었던 국회선진화법은 휴지화됐고 다수당이 전권을 가진다.

이제까지 독재라 하면 대통령의 독재를 의미했다. 그러나 국회라도 독재를 하게 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라는 민의의 전당을 독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다. 대통령의 독재는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어 법률적, 역사적 책임을 지울 수 있는데 국회독재는 다수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합의체의 조직적 독재여서 누가 독재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그러기 때문에 국회의 독재는 통제를 할 수 없어 대통령의 독재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행정부 및 사법부에 우월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도 선출된 권력이기 때문에 우월이 있을 수 없는 것이고 사법부는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고유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법관은 인기에 영합할 위험성이 있는 선출직으로 하지 않은 것이다. 선출직이라 해서 모든 권한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고 그 권한 행사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될 때에만 정당화되는 것이다.

황현호(전 부장판사, 동대구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6년 전 비상장 벤처기업에 1억3000만원을 투자했으나 전 재산에 가까운 손실을 입은 경험을 회상하며, 이후 주식 투...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충남 천안에서 20대 일본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이 주식 투자 손실을 범행 이유로 주장하고 있으나, 피해자와의 만남이 단...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북한 해커에 의해 단 20분 만에 8조원대 가상화폐가 탈취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사건이 발생했으..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