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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 칼럼] AI가 답을 주는 시대,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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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이현식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이현식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수는 학생보다 답을 많이 아는 사람이었다. 학생이 질문하면 전공 서적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교수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학생이 인공지능(AI)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면 몇 초 만에 제법 그럴듯한 답이 나온다. 수십 년 공부한 내용을 기계가 순식간에 정리해 내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묘한 기분이 든다.

필자 역시 최근 경북대에서 'AIx바이오 혁신연구거점 사업단'을 맡아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 현장에 있으면 AI가 연구 방식을 얼마나 빠르게 바꾸는지 실감한다. AI는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연구 방향을 제안하고, 사람이 오랫동안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찾던 패턴을 짧은 시간 안에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AI가 연구에서 맡는 역할이 커질수록, 대학이 학생에게 어떤 힘을 길러줘야 하는지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필자는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정해진 답을 익히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을 왜 물을지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AI는 질문을 제안하고 답을 검토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질문이 왜 중요한지, 답을 어떤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할지는 사람이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계산기를 잘 다룬다고 수학적 사고가 저절로 생기지 않듯, AI를 능숙하게 쓴다고 생각하는 힘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질문을 만들고 답이 타당한지 가려내려면 탄탄한 기초 지식이 필요하다.

교수는 지식을 설명하는 데 더해, 학생이 그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묻고 판단하도록 도와야 한다. 서로 다른 답의 근거를 비교하고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과정이 수업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학생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어떤 근거로 답을 선택했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학생이 질문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관점에서 답을 검토하려면 여러 학문의 지식과 사고방식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AI의 발전과 활용만 보아도 서로 다른 학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다. 수학과 통계학, 컴퓨터과학은 AI의 기술적 기반을 이루고, 물리학과 화학, 생명과학은 자연과 생명을 이해하는 토대를 제공한다. 의학과 농학, 공학은 이러한 지식과 기술을 현실의 문제 해결에 활용하며,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묻는다.

대학은 그런 점에서 숲과 닮았다. 크고 눈에 띄는 나무 몇 그루만으로는 건강한 숲을 이룰 수 없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과 그늘에서 자라는 식물이 함께 있어야 숲이 오래 지속된다. 학문도 저마다의 속도와 방식으로 발전하며 서로를 지탱한다. 당장의 성과만으로 학문의 가치를 재단하지 않고,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인문사회와 예술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학의 책무다.

이러한 학문적 다양성이 실제 융합으로 이어지려면 서로의 언어와 연구 방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물학 연구자가 AI를 배우고, AI 연구자가 실험실의 언어를 이해하며, 의학 연구자가 데이터과학자와 함께 환자의 문제를 바라볼 때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여기에 윤리와 제도, 사회적 수용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야 연구 성과가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가 AIx바이오 연구 현장에서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런 협력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교육과 연구를 뒷받침하려면 대학을 운영하는 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반복적인 문서 작성과 자료 정리에 AI를 활용하면 직원들은 학생 상담과 연구 지원, 국제 교류처럼 경험과 판단이 필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그렇게 확보한 시간을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는 데 쓸 수 있도록 업무를 설계해야 한다. AI 도입의 성과를 인력 감축의 규모로만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AI가 사람에게 시간을 돌려주는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

교육과 연구를 통해 쌓은 대학의 역량은 지역의 문제를 푸는 데에도 쓰여야 한다.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는 대구·경북이 강점을 가진 의료·바이오, 기계·전자,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 같은 분야와 대학 안의 다양한 학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AI 전공자를 양성하는 일과 더불어, 각 분야의 사람들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해 현장의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의 요청에 응답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도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는 동시에, 지역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아직 주목받지 못한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미래의 과제에 대비할 때, 거점 국립대는 지역의 오늘을 뒷받침하고 내일을 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답을 얻기 쉬워질수록 대학은 그 답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할지 가르치는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지식을 바탕으로 질문하고, 서로 다른 관점에 비추어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며, 선택의 결과에 책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바뀌겠지만, 무엇을 위해 그 기술을 쓸지 결정하는 일은 사람의 몫이다. 결국 AI 시대에도 대학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런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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