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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KS 1패 후 4연승으로 V9… 구자욱 MVP, 페덱 4이닝 세이브로 2026 한국시리즈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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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12년 만에 돌아왔다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이 12: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1로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이 12: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1로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페덱의 마지막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고 심판의 오른손이 올라갔다.

2만3천550명이 한꺼번에 일어섰다. 함성보다 울음이 먼저 터졌다. 3루 덕아웃에서 뛰쳐나온 선수들이 마운드로 몰려드는 동안 외야 응원석에서는 환호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12년 동안 듣지 못한 우승 세리머니의 배경음악이었다.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프로야구 원년 구단 삼성이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승제) 5차전에서 KT를 12-1로 대파하고 시리즈 4승1패로 정상을 탈환했다. 2014년 이후 12년 만이다.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을 포함해 구단 통산 아홉 번째 우승이고, 2016년 3월 문을 연 라이온즈파크에서 든 첫 축배다. 정규시즌 2위 팀의 우승은 2018년 SK(현 SSG) 이후 8년 만이다.

12년이면 적지 않은 시간이다. 마지막 우승을 TV로 본 초등학생이 입사 원서를 쓰고, 그때 신혼이던 부부는 중학생 자녀를 뒀다. 그 사이 삼성은 '왕조'가 아니라 '왕조였던 팀'으로 불렸다.

3루 내야석에서 눈가를 닦던 이가은(33) 씨는 스무 살에 마지막 우승을 봤다. "매년 봄마다 올해는, 올해는 했어요. 솔직히 중간에 몇 년은 야구 안 봤습니다. 근데 오늘 마지막 공 들어가는 거 보니까 그 12년이 하나도 안 아깝더라고요. 기다려 본 사람만 아는 게 있어요"

◆ 3회말, 2아웃 뒤 연속 4안타

경기는 KT가 먼저 열었다. 3회초 선두 한승택이 유격수 옆을 꿰뚫는 안타로 나갔고, 권동진이 번트 자세를 취하다 강공으로 전환해 좌전 안타를 때렸다. 최원준의 희생번트 뒤 1사 2, 3루에서 장진혁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0-1. 배수진을 친 KT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삼성의 답은 한 이닝도 걸리지 않았다. 3회말 2사 후 김지찬이 볼넷을 골라 나가자 구자욱이 들어섰다. 1차전에서 데이비스 대니엘에게 추격의 투런포를 뽑아냈던 그 타자다. 구자욱의 타구가 오른쪽 펜스를 원바운드로 때리는 순간 김지찬은 이미 3루를 돌고 있었다. 동점. 이어 디아즈가 몸쪽 빠른 공을 잡아당겨 오른쪽 펜스 위 철망을 때렸고, 허벅지가 아픈 구자욱이 절뚝이며 홈을 밟았다. 역전. 최형우의 우전 안타로 이어진 2사 1, 2루에서는 김영웅이 중전 적시타를 보탰다. 3-1.

2아웃 이후 연속 4안타. 제춘모 KT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흐름을 끊어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KT는 4회부터 선발 요원 고영표를 투입하며 총력전에 들어갔다.

◆ 5회말, 타자 11명이 들어섰다

승부는 5회말에 끝났다. 선두 박승규가 유격수 포구 실책으로 출루하고 구자욱이 우전 안타로 뒤를 이었다. 디아즈가 인필드플라이로 물러난 뒤, 최형우가 왼쪽 무릎으로 땅을 쓸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특유의 자세로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4-1. 마흔셋의 베테랑이 왜 돌아왔는지 보여준 한 방이었다.

김영웅의 타구는 내야에서 크게 튀었다. 2루수 류현인이 몸을 날렸지만 글러브를 맞고 튄 사이 구자욱이 3루를 돌아 홈을 찍었다. 이재현의 좌선상 2루타로 6-1. KT는 류지혁을 자동 고의볼넷으로 거르고 강민호를 택했다. 옆구리 근육이 찢어져 제대로 스윙도 못 하는 타자였다. 강민호의 평범한 땅볼을 잡은 류현인이 병살을 노리고 2루에 던진 공을 유격수 권동진이 놓쳤고, 그 사이 두 명이 홈을 밟았다. 8-1.

그리고 김지찬. 1사 1, 3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가 터지자 덕아웃에 있던 선발 원태인이 두 팔을 번쩍 들고 포효했다. 바뀐 투수 손동현의 폭투로 김지찬까지 홈인. 11-1. 한 이닝 타자 11명, 한국시리즈 역대 한 이닝 최다 타수 신기록이었다.

8회말에는 김영웅의 강습 타구가 유격수 권동진의 얼굴을 때리는 불상사까지 겹쳤다. 12-1. KT로서는 이래저래 풀리지 않는 하루였다.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1사 1, 3루 삼성 김지찬이 2타점 3루타를 치자 홈을 밟은 강민호와 선발투수 원태인이 덕아웃에서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1사 1, 3루 삼성 김지찬이 2타점 3루타를 치자 홈을 밟은 강민호와 선발투수 원태인이 덕아웃에서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 원태인이 열고, 페덱이 닫았다

마운드도 완벽했다. 플레이오프 내내 불펜에서 대기했던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5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5회초를 무실점으로 마치고 덕아웃으로 걸어 들어오며 주먹을 쥔 그의 얼굴에는 이미 우승을 확신한 사람의 표정이 있었다.

6회부터는 페덱이었다. 2차전 선발로 7이닝 1실점을 던진 지 나흘 만의 구원 등판. 전의를 잃은 KT 타선을 상대로 삼진 5개를 솎아내며 4이닝을 완벽하게 막았다. 세이브. 외국인 선발 투수가 마무리로 나와 2026년 프로야구의 문을 닫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 구자욱, 12년을 기다린 MVP

시리즈 MVP는 구자욱이었다. 한국시리즈 타율 0.500(20타수 10안타), 홈런 1개, 타점 6개, 득점 5개. 기자단 투표 97표 중 72표를 받았다. 2012년 입단해 왕조의 끝자락을 지켜본 그에게 암흑기 10년은 선수 인생 전부였다. 시즌 전 "이제는 삼성이 우승할 때가 됐다"고 공언했던 주장은 5차전을 앞두고 선수단에 "집중하자는 말보다 즐겁게 하자고 하고 싶다. 신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허벅지 통증을 안고도 그는 끝까지 뛰었고, 끝까지 즐겼다.

데일리 MVP는 원태인, 결승타를 친 디아즈는 타격상을 받았다.

◆ 왕조가 저문 뒤, 길었던 암흑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KBO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러나 정점은 짧았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패한 뒤 핵심 선수들이 하나둘 떠났고, 2016년 신축 구장 개장과 함께 9위로 추락했다. 이듬해도 9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6위, 8위, 8위. '명가'라는 수식어는 조롱에 가까웠다.

2021년 정규시즌 2위로 반짝 올라섰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막혔고, 2022년과 2023년은 7위, 8위로 주저앉았다. 2024년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KIA에 1승4패. 광주에서 시리즈가 끝났고 선수들은 울었다.

그해 겨울 삼성은 말이 아니라 사람으로 답했다. 1983년생 최형우를 FA로 데려왔다. 왕조 4연패의 주축 타자, 우승 반지만 여섯 개다. 왕조의 마지막 기억을 가진 선수가 돌아와 왕조를 모르는 후배들 옆에 섰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올해는 우승이다. 삼성은 전반기를 1위로 마쳤고, 83승58패3무로 정규시즌 2위를 확보했다. 정규시즌 최소 실책 공동 1위. 수비로 버티고 방망이로 이기는 팀이 됐다.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 짓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 짓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연합뉴스

◆ 1차전 7회, 시리즈가 뒤집혔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악몽이었다. 선발 최원태가 무너지며 0-8까지 밀렸다. 그러나 7회부터 타선이 살아났고 7-8까지 따라붙었다. 경기는 내줬지만 흐름은 넘어왔다. 2차전을 연장 12회 승부 끝에 3-2로 잡은 삼성은 1승1패로 대구에 돌아와 3차전 5-1, 4차전 10-5를 내리 챙겼다. 1패 후 4연승. KT는 1차전 7회 이후 단 한 번도 시리즈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5년 만이자 구단 두 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했던 KT로서는 허무한 준우승이었다.

4차전 뒤 "9부 능선을 넘었다. 내일 끝낸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던 박진만 감독의 말은 하루 뒤 그대로 현실이 됐다.

◆ 대구의 우승이자 KBO의 서사

이번 우승은 한 도시의 축제로만 읽히지 않는다. 원년 구단이 10년 넘는 암흑기를 지나 다시 정상에 선 사례는 리그 전체에 메시지를 던진다. 투자와 세대교체, 그리고 기다림이 결국 보상받는다는 메시지다. 마흔셋 최형우와 서른넷 구자욱이 중심을 잡고 김영웅·김지찬·박승규·이재현 같은 20대가 타점을 올린 이날의 라인업은, 왕조를 본 세대와 왕조를 모르는 세대가 한 팀에서 만난 장면이었다.

라이온즈파크가 문을 연 지 10년, 이 자리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본 팬은 그동안 한 명도 없었다. 이날 구장의 역사도 새롭게 시작됐다.

이가은 씨는 구장을 나서며 한마디를 보탰다. "아버지는 80년대 삼성을 보고 컸고, 저는 2010년대 삼성을 보고 컸어요. 근데 이제 야구가 끝났잖아요.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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