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얼굴마담 탈피, 문민의장 자처

대타국회의장. 이만섭의장은 박준규 전의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의장직을 맡았을 때만 해도 그렇게 불리었다. 그것도 지역구 출신들이 도맡다시피 한 의장직을 전국구의원이 맡았으니 이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얼굴마담}역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그러나 그같은 예상은 서서히 그러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빗나가고있다.

지난 3일 국회본회의장에서는 야당의원의 의사진행발언과 황인성국무총리의답변여부를 둘러싸고 고함과 삿대질이 오고가는 구태가 빚어졌다.이 과정에서 예전같으면 야당의원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던 고함과 삿대질,의장에게 쏟아지는 야유가 {엉뚱하게도} 민자당의원들의 자리에서 터져나왔다. 한술 더떠 여당의 원내사령탑인 김영구총무는 최후선의 의석에서 책상을치며 고함을 지르다 그것도 모자라 단상으로 나오며 이의장을 향해 삿대질까지 퍼부었다. 이의장의 의사진행이 매끄럽지 못해 국회법과도 맞지않고 오히려 회의진행을 지연시킨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이날 회의를 지켜본 사람들은 [민자당의 태도는 과거 여당의 방침대로 따라 움직이던 의장만을 생각한데서 비롯됐다]고 문민시대를 자처하던 집권당의 구태를 비난하는데 입을 모았다.

한차례의 정회소동끝에 의장석에 앉은 이의장은 여당의 눈치를 보는 황총리는 물론 {어른}에게 대든 민자당의원들을 향해 준엄하게 꾸짖었다. [국회의장은 개인 국회의장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의장이다. 의장이 나와서 답변하라면총리도 나와서 답변을 해야한다. 앞으로 조심해라]고 황총리에게 면박을 준데 이어 [야당의 의사진행발언에 불만이 있으면 발언기회를 얻어 반박할 것이지 앉아서 소리만 질러서는 안된다]고 민자당의원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다.이같은 이의장과 민자당의 대립은 하루의 휴식을 가진뒤 5일에도 계속됐다.민자당은 5일오전 고위당직자회의의 {이의장의 의사진행방식이 적절치 못한것}이라는 결론을 김영구총무를 통해 이의장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김총무의표현인 {항의} 방문을 받고난 이의장은 [항의는 무슨 항의, 문안인사인 줄알았다]며 민자당의 태도에 불만을 표했다.

김총무의 논리는 국회법에도 맞지않고 의사진행발언 원고의 사전검토도 없었고 일사부재의원칙에도 어긋났다는 것. 김총무는 이어 기자들에게 [문민개혁시대에 맞게 국회의 모습도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잊지않았다.그러나 이의장은 김총무의 이말을 전해듣고 [도대체 국회의장에게 누가 충고를 한다는 말이냐]고 화를 냈다. 이의장은 [국회는 국민의 국회지 어느 정파의 국회가 아니다]며 [과거처럼 의장이 여당의 눈치만 봐서는 안되며 이런 것을 고쳐나가는 것이 개혁]이라고 개혁시대의 국회상을 설명했다.이의장은 이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새로운 민주국회상을 세울것이며 아무리 외롭고 고달프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국회를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의장은 또 민자당이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한데 대해 [여당의 눈치만 보는 의장은 무의미하다]면서 [이제 여당도 야당도 자기 입맛에맞는 국회의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본회의 개의를 위해 의장실을 나서면서 국회 제도개선소위에서 민자당이 의장권한을 강화하고자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권한을 강화한다고 하지만조문 몇개 고치는데 그칠것이 아니라 고함이나 지르고 삿대질이나 안하면 되지]라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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