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경제관료의 역할

경기예측을 하는 경제학자를 일기를 예측하는 기상학자들에 비유할 때가 있다. 각기 그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가지고 연구소에서 컴퓨터등 최신장비를 동원한 복잡한 예측모델을 통해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학자와 기상학자의 공통점은 이러한 전문성보다는 그들의 예측이 잘 틀린다는 점에서 오히려 강조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예측한미래의 주가, 이자율, 환율, 경제성장률 등이나 기상학자들이 예측한 일기예보에 한두번 정도 실망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건망증이 많아 다행이지 과거를 모두 기억한다면 경제학자나 기상학자들이 과연직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현재 경제진단도 모호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와 기상학자 사이에는 현실에 대한 진단능력의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미래의 예측은 불완전하지만 기상학자들은 현실에 대한 진단에서 실수하는 일이 없다. 즉 현재 비가 오고있는지 또는 맑은지에 대한 진단을 잘못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미래예측은 물론, 현실에 대한 진단에서도 의견의 일치를보지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경제상태가 불경기인지 호경기인지, 국제경쟁력이 있는지 없는지, 현재의 경제성장률이 적정한지 아닌지 학자들끼리 논쟁만 할 뿐 속시원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80년대 중반 10%를 넘는 경제성장률, 1백억불이 넘는 경상수지흑자를 기록한경험에 비추어 보면 4%대의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상황은 불경기이며, 국제경쟁력은 상실되었고, 중병을 앓고 있으므로 경제활성화 정책이 시급하다는 진단도 옳은 것 같아 보인다.

{중병}인가 {정상}인가 한편 반대의 주장을 들어보면 80년대 중반의 호경기는그 자체가 정상이 아니라 과열이었다고 한다. 성장잠재력이 7%정도 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12%성장을 하다보니 12%성장을 계속하기는 커녕80년대 말에는 임금상승, 노동자난등의 후유증만 남아 경제가 마비된 것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지금은 경제성장보다 숨을 돌려 안정을 취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80년대와는 달리 우리나라 수출의 주시장인 미국, 일본,독일등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저성장을 하고 있는 현재시점에 우리나라만고도성장을 할 수가 있겠느냐는 반론도 곁들인다. 다만 이들은 우리와 같이고도성장을 하던 대만&싱가포르&홍콩등이 지금도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데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있다.

안정속의 성장인지 성장속의 안정인지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기 아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물가.성장률.국제수지등 거시경제지표만을 보고 경제정책을 논의하는 동안 이러한 지표들을 생산해 내는 주체인 기업가들의 역할은잊고 있다. 지난30년간 고도성장과정에서 정부의 통화정책, 금융정책, 수출장려정책, 환율정책등이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정책이 고도성장의 주된 요인이었다면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가 가장 많은 미국이 고도성장을 왜 못했으며 계획경제를 하였던 소련이 왜 경제적 파탄을 맞았겠는가. 정부의 정책은 고도성장에 필요조건은 될지 모르지만 충분조건은 될수 없으며고도성장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기업가요 근로자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업에 자부심 심어야 현정부도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이에필요한 여러가지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으나 경제를 경제관료들이 이끌어 갈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지 않는 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주체인 기업가와 근로자들에게 그들이 이 나라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명의식과 그 결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들을못믿고 매도하면서 경제각료가 이끄는대로 소극적으로 따라오라고 해서는 기업가정신을 기대할 수가 없다. 금융실명제 실시과정에서 부도덕한 기업가들이많이 부각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기업가들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면을부각시키기 보다는 경제성장의 주체로서 이들의 역할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그들에게도 자부심을 부여하여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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