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정상회담 결산

이번 경주에서 열린 김영삼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총리간의 한.일정상회담은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전기를 마련했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가깝고도 먼} 두나라관계를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21세기의 동반자}로 새출발할 수 있는 기틀의 마련이라는 평가는 무엇보다도 과거역사에 대한올바른 인식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호소카와총리는 한일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되어온 과거사문제에 대해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했다.호소카와총리는 [과거 식민지지배로 인하여 한반도의 사람들이 참으로 여러형태의 견디기 힘든 고통과 슬픔을 겪은데 대해 그 비도한 행위를 깊이 반성하며 마음으로부터 진사드린다]고 사과했다.

특히 호소카와총리는 창씨개명, 강제징용, 위안부문제등 식민시대 일본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등 과거 일왕이나 총리와는 달리 구체적이고 솔직한 표현을 사용,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김대통령도 호소카와총리의 이러한 한일과거사에 대한 인식표명과 사과발언에 대해 [한일양국국민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정립해 나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호소카와총리의 과거사에 대한 진일보한 사과에도 여전히 강제징용,위안부 문제등은 진상규명, 배상문제등이 남아있어 외교현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볼수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핵문제에 대한 양국정상의 일치된 입장은 앞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호소카와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북한과 일본과의 수교가 이뤄질 수 없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북한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고가 될수밖에 없다.

호소카와총리는 또 앞으로 일본의 대북수교협상 재개는 한국정부와 충분한협의를 거쳐 이뤄질 것이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통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또한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양국간 경제협력문제다.두 정상은 무역불균형 기술이전등 양국간 경제현안의 해결을 위해 정부차원의 {한일 신경제협력기구(NIEP)}를 구성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함으로써 앞으로 양국간의 경제협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우리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경제분야의제로 *무역불균형 시정 *기술협력 강화*건설시장 개방등 3가지를 제의했다.

이에대해 호소카와총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일본의 수입규제가 많다]고솔직히 인정한뒤 [일본 관료들은 현상유지의 입장이지만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풀어 나가기로 하고 이미 지시해 놓았다]고 관세장벽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측의 이같은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한일경제관계가 진정한 호혜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수 있는가는 이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실천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하는 일본측의 성의에 달려있다고 할수 있다.양국정상은 또 아.태지역에서의 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함께 하고 오는 19.20일 시애틀에서 개최되는 APEC회의에서 구심점이 될것을 약속했다.

한편 호소카와총리는 정상회담에서 [한국어선의 일근해 불법어로를 막아달라]는 의사를 표명했으며 김대통령은 이에대해 [적극 노력하고 있으나 만족할만한 결과가 없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반드시 법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두정상은 인적.문화교류활성화를 통해 상호신뢰회복에도 의견을 교환했다.양국정상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의 교류를 확대하기로 합의했으며 특히 호소카와총리는 [한국유학생들을 비약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이미 지시해 놓았다]고밝혔다.

김대통령은 사할린교포의 영주귀국에 일본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으며호소카와 총리는 이들의 귀국사업에 모든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두정상이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고 대화를 가짐으로써 양국간 뿌리깊은 불신의 벽을 상당부분 헐수 있었으며 이는 양국간 핫 라인(Hot Line)설치로 그상징성을 더해준다 할수 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양국이 진정한 선린우호국으로 갈수있는 획기적인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는 정상간의 대화로만 해결될수 없는만큼 앞으로 양국의 노력, 특히 일본의 실천의지가 관건이라 할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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