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깎은예산 타쓰기에 골몰하는 도의회

경북도의회는 94년도 본예산안을 15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올해 정기회를사실상 마감했다.도의회의 이번 정기회운영을 보면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요즘 나라안팎은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쌀수입개방 등으로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다는 자세인듯,쌀수입개방으로 농민들이야 죽든살든 {남의집 불}처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의회는 94년도 경북도 본예산이 긴축예산인지 팽창예산인지 가리지않고 마구 깎았다. 계속 사업, 농촌지원사업, 경상경비등 보이는대로 쥐어짰다.그렇게 훑어모은 예산이 무려 58억여원, 도의회는 이 돈을 도지사포괄사업비로 돌렸다. 포괄사업비는 어디에 무슨 사업에 사용할지 정해지지 않은 도지사재량대로 쓸수있는 것.

그러나 지사는 그 돈을 자기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 지사가 그 돈에 함부로손댔다간 도의원들의 등쌀에 배겨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의원들이 무슨 속셈으로 긴축기조로 짜여 그나마 오그라든 예산을떡썰듯 다시 잘라내 지사에게 안겨주었을까. 아마도 지사포괄사업비로 빼놓은 예산을 자기들 지역구사업비로 돌려 유권자들에 생색을 내겠다는 것이라는시각이다.

도의회가 출범한 뒤 도의원들이 포괄사업비를 타쓰기 위해 도본청 예산담당관실이나 지사실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 들었다는 것이 도청주변에선 공공연한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4년도 경북도 본예산 편성을 보면 이러한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다. 15일 본회의에서도 예결특위 위원이었던 모의원이 계수조정과정에서 의원들의 활동공간을 마련하자는 합의가 있었다고 밝혀 소문을 뒷받침했다.이 때문에 15일오후에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킬때 상당한논란이 예상됐다. 그러나 손경호의장이 사전에 교통정리를 해버려 찬반토론도 요식행위에 그쳤다.

도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참석때 {지방자치법 개정을 촉구한다}는 어깨띠를둘렀다. 이번 도의회 정기회를 보고 경북도민들이 {경북도의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어깨띠를 두르고 도의회에 나와 항의한다면 도의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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