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난국일수록 상식을

옳은 대학생들은 전공선택의 동기를 [흥미가 있어서]라고 대답한다. [곤충에흥미가 있어서] [화석에 취미가 있어서]등등. 그러나 요즘 신입생들은 흔히[점수가 모자라서] 혹은 [점수에 맞추다보니]라고 대답한다. 이것이 입시 혼선의 씨앗이다. 점수에 맞추다보니 같은 학생의 1지망, 2지망, 3지망이 엉뚱하게 다르게 된다. 근본이 잘못되다보니 비록 좋은 제도라도 효과가 없다.획일적 입학사정 배짱지원, 눈치작전, 입시특공대, 이 모두가 창피한 신발명이 아닌가! 금년에 부쩍 상위권 수험생들은 턱없이 서울로 몰리고 또 하향지원은 턱없이 지나쳐 그 중간에 공백이 생겨났다. 경북대학교가 여기 처하게되어 인기학과일수록 정원미달이 되는 비정상의 판국이 벌어졌다. 난국을 만날수록 상식을 따라야 하는데 무리하게 추가모집을 피하려다보니 이번 경북대의 사태가 벌어졌다.선생이 학생을 택하는 것은 고유한 기능이고 권한이다. 실로 교수회의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합격.불합격을 분별하는 입학사정(사정)이다. 이번 경북대학교의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의 교수들은 내신 등급이 비록 꼴찌인 학생이라도 수학(수학)능력시험 2백점 만점에서 1백20점만 받으면 된다는, 극히최소한의 선에서 입학사정을 하여 총장에게 상신했는데 대학본부는 이보다 약50점을 더 낮추어 합격자 발표를 해버렸다. 발표가 나가기전 두 대학은 본부를 설득시키려 최선의 노력을 했으나 실패했다.

학과장 날인이 없는 사정은 무효이다. 그러나 본부측에서는 합격자 발표란일단 공표되고 나면 그만이라는 구식 사고가 지배했는지 대학교 전체로서 정한 획일적 사정기준을 가지고 합격여부를 결정하여 발표해 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두 대학은 교수회의를 열고 본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의를했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합격자 발표뿐 아니라 무엇이나 {해버리면 그만이다}하는 사고방식과 관행을 고쳐야 하겠다는 것이다.

대학-교수회의 대결 교수들과 본부의 이 대결은 대학을 대학답게 유지해 가려는 노력과 무사주의의 대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대학의 자율과 교수회의의 권위를 회복하느냐 못하느냐의 대결이기도 하므로 경북대학교만의 문제가아니라 대학사적인 사건이라고도 생각된다.

이번 본부가 턱없이 낮춘 사정기준 덕분으로 입학이 된 학생들이 수학능력이없다는 점에 대하여는 누구나 동의하는 바이다. 합격자 본인이나 학부형이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학교본부는 합격증 교부와 함께 {합격자 여러분께}라는 경고문을 배부했다. 경고문에는 {금년도 입시에는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수험생들도 다수합격}했는데 {배짱지원등으로 합격한 학생들이 중도에 하차한 많은 사례}가있으니 {지금이라도 냉정한 자기성찰을 하여 능력과 적성에 맞는 다른 진로를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등록을 포기해 달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본교에서는 철저한 학사관리로 가차없이 제적해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만일 들어온다 하더라도 쫓겨나간다는 뜻이다. 이러한 경고는 전에 없던 일이다.

*대학 다함께 지켜야

대학의 침해는 안팎에서 진행중이다. 고교교사들이 성적미달의 입시원서를무더기로 어느학과에 집어넣으면 그 학과는 이미 정원이 찼고 경쟁률이 높다는 인상을 풍겨 옳은 입학지망생들을 쫓아버리게 된다. 이 {입시특공대}라는무더기 배짱지원이 대학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러한 음모들로부터 대학을 지키려면 엄격한 입학사정이 필요하다. 고교교사들은 공부보다 실무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은 그렇게 진로지도를해야하는데 그 책임을 못하고, 또 못하도록 주위 사정이 그렇게 되어있다.제도가 더 정돈되어야 하겠고 무조건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기업체와 학부모의 의식이 달라져야 하겠다.

대학답게 해나가려는 노력과 그 역행과의 씨름터가 대학이다. 세상은 어차피싸움의 연속이며 대학을 대학답게 유지, 향상시켜 가기 위하여는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의 경북대 사태는 보여준다.장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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