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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선인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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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그와 다르지 않게 흘러갔다. 흥미있는 책을 서점에서 더이상 찾지 못하는 요즈음에는 읽을 책도 마땅찮았다. 폭력과 과장된 섹스, 개연성이전혀 없는 줄거리의 헐리우드 영화들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기도 싫었고애초에 흥미가 없었던 운동을 한답시고 수영장에 가거나 관람을 위해 경기장에 가기도 열없었다.그저 이부자리에서 빈둥거리며 턴테이블에 레코드를 걸고 우두커니 시간을보냈다. 선곡도 늘 듣는 그대로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호로비츠의 피아노 소품 연주를 먼저 듣고 이어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인 월광과 비창을 들었다.그다음엔 전원 교향곡을, 다음엔 합창교향곡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말러의4번 교향곡을 듣고 나니 더이상 레코드를 듣고 싶지도 않았다. 말러의 교향곡을 들을 즈음엔 레코드를 거는 일이 귀찮아져서 컴팩트 디스크로 대신하는 것조차 다른날과 다를바 없었다.

말러 4번 교향곡의 4악장을 다 들어갈때 마침내 미수가 두 아이를 데리고 허겁지겁 집안으로 들어섰다. 촉감이 부드러워 보이는 가죽 쟈켓위로 물방울이흩뿌려져 있는걸 보고서야 창밖으로 눈길을 돌려 보았다. 그러고보니 비가내리고 있었다. 하긴 내 생일날의 거의 대부분은 비가 내리곤 했었지.커다란 플라타너스 잎들이 누렇게 말라 떨어져서 제멋대로 길 위를 굴러 다니고 싸늘해진 공기를 타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계절에 나는 태어난것이다. 음력 시월 십이일의 내 생일이 지나고 나면 밤하늘의 별들은 더 맑아졌고, 차갑고 큰 보름달은 더 빠르게 구름 속을 내달렸다."글쎄, 지수언니 생일날 비가 안올리가 없다니까. 애들 감기 들겠어"미수는 비 내리고 애들 감기 드는 일이 내 탓이라기도 하다는 듯 투덜대며쟈켓의 물기를 닦더니 저보다 조금 일찍 돌아오신 어머니에게 밀수제비를 해먹자고 졸랐다. 어머니께서는 통밀을 갈아 곧장 반죽을 하기 시작하셨다. 나는 거의 예술적인 어머니의 손놀림을 우두커니 지켜보다가 설겅설겅 호박 하나를 썰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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