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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선인장이야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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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을 쓰는 자매이면서도 혜수와 나는 둘다 최소한의 이야기만 나눌 뿐이었다. 어떤 상태건 익숙해져 버리면 그냥 예사로워지는 것인지 나는 내 자신에게 익숙한 것처럼 그런 혜수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말수가 좀 적다는 걸빼면 혜수는 보기에 아주 평범한 아이였기 때문에 큰 갈등같은 것도 당연히없었다.혜수의 대학 입시를 앞두고 한번 예외가 있었다. 혜수가 우리나라에서 최고수재들만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의 천문학과를 지망하겠다는 것이었다. 내게전에 없이 혜수가 의논을 해 온 그때, 난 딱하게도 뭐라고 뚜렷한 대답을 할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나는 책을 읽다 말고 오래 머뭇거리다가 혜수에게 물었다.

꼭 거기를 가야겠니?

나는 빠르게 나의 교사 급여로 감당해야 하는 갖가지 지출명세표를 머리속에그려 보았다.

어머니가 매달 걷어 들이는 집세로 동생들의 학비를 대고 얼마간 남은 돈과나의 교사 급여를 합하여 집안의 난방비와 각종 세금, 그리고 최소한의 생활비를 근근이 메워 나가는게 그당시 우리집의 생활규모였다. 크게 부족할 것없는 생활이었으나 준수가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교로 진학한 후부터 형편이훨씬 나빠졌는데다 어머니마저 자주 자리에 드러눕곤 하셔서 긴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동생 셋이 한꺼번에 대학을 다니게 되었으니혜수가 서울로 진학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혜수는 그런데도 서울로 진학하겠다는 뜻만은 바꾸지 않았다. 우리 집의 경제적인 형편을 감안해서였는지 전과를 하면서까지 장학금을 탈 수 있는 여자대학을 선택하곤 자신의 진로에 대해선 다시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뿐, 혜수는 준수의 뒤치다꺼리도 해 주면서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도록 준수와 함께 자취를 해 주었으면 하는 어머니의 은근한 바람도 무시해 버렸다. 혜수는 대학에 딸린 기숙사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였는데 학교가 서로 멀리 있다는 이유로 준수와도 만나지 않는 눈치였다. 혜수는 그렇게 다른 가족들과자연스레 멀어져 갔고 마음을 닫고 자신만의 생각속에 가라앉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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