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9인 최고회의} 운영 허실

민주당의 주요 정책방향은 매주 월요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닥이 잡혀진다.이기택대표를 비롯한 9명의 최고위원들이 각종 현안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당이 움직여나가는 것이다.

당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는 평상시 주1회 개최토록 돼있으나여야간에 주요 쟁점이 걸려있을 때는 거의 매일, 또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소집된다.

여야 협상과정에서 민자당측이 제시한 안을 수용해야 할 지, 아니면 새로운카드를 제시해야 할지, 민주당의 대응방안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민주당은 현재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의사결정방식은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대표 자신도 어떤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려 하기 보다는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당론을 정하고 그에 따라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처럼 결정권자가 많다 보니 민감한 문제일수록 회의는 길어지고좀처럼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내 일각에서는 [난상토론식의 회의만하다 번번히 타이밍을 놓치기가 일쑤]라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다.{9인9색} {9인 주식회사}라는 자조적인 별칭이 붙어있는 데서도 드러나듯 최고 위원들은 모두 나름의 주장을 굽히지 않기 때문에 장시간 회의를 해도 무결논으로 낙착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또 이처럼 최고위원회의가 당의사결정의 전권을 행사하다보니 원내총무는 여야절충때마다 {메시지 전달} 역할밖에 못하고 있다. 총무에게 전권을 주어 절충결과를 수용여부를 결정하기 보다는 사소한 카드까지도 일일히 최고회의에보고, 결재를 맡도록 하는 비능률적인 당론결정과정 때문이다.더구나 최고위원들은 모두 자신의 정치적 립지를 의식, 툭하면 {선명경쟁}을벌이기 때문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모양새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지난 임시국회의 핫이슈였던 상무대 국정조사와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때만 해도 그렇다. 여야총무간 협상추이에 따라 최고위원회의를 거듭하면서 대책을논의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국정조사 증인채택 범위를 둘러싸고 최고위원들이 저마다 {원칙론}을 내세우는 바람에 적절한 선에서 타협안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정적인 찬스를 놓쳐버리는 바람에 총리 임명동의안만 처리되고 정작 야권이 주장하던 상무대국정조사는 물거품이 돼버린 것.

뿐만 아니다. 그에 앞서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51명의 증인.참고인을 채택하는 문제를 둘러싸고는 이대표와 김원기최고위원간의 갈등이 불거져 나옴으로써 공연히 당의 대오만 흐트러졌다는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이대표의 방미기간중 대표권한대행을 맡은 김최고위원이 회의를 주재하면서이대표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덜컥 초강수를 쓰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당의대응이 경직될수 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 것.

이같은 모습이 외부에 좋지않게 비쳐지자 당사자인 이대표와 김최고위원은물론 박지원대변인까지 나서 {갈등설}을 부인하는 논평을 냈으나 당주변에서는 이를 당권경쟁을 앞둔 물밑 신경전으로 풀이하기도 했다.금년초 이대표가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북한방문의사를 천명했을 때 최고위원회의 반응도 민주당 지도부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대목가운데 하나다.

당시 최고위원들 대부분은 [북한방문은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 [최고위원들과 사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대표가 그런 말을 꺼낼 수 있느냐]며 일제히이대표를 몰아붙였다.

결과적으로 정국상황때문에 방북은 일단 흐지부지됐지만 당시 이대표는 최고위원들의 비판적 태도에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을 견제하려는속셈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

지난해의 경우는 이같은 일이 더 빈번했다. 보선공천때마다 장시간 회의를하고도 계파간 이해가 엇갈려 빈손으로 일어서기 일쑤였으며 대구동을 보선을보이콧할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는 갑론을박의 극치를 보여주었다.이러한 최고회의 운영의 문제점은 9명의 위원들 모두가 나름대로 독자계보를이끌고 있음고 있음에 따라 {나눠먹기식} 권력구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보는 시각들도 많다.

이대표는 차기대권에 뜻을 둔지 오래고 권노갑 한광옥최고는 당내 최대계보인 동교동계를 관리하고 있으며 김원기 이부영 류준상 조세형최고 등도 각각 독자적인 세력을 거느리고 있다.

또 이대표와 당권싸움에서 패배한 비주류의 김상현 정대철의원은 상임고문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최고회의가 이처럼 삐걱거리고 있는데 대해 이대표는 [9명의 최고위원들이모이면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민주적 절차에 의해 당론을 결정하다 보니 비능률의 문제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최고위원들이 자기주장만 앞세웠지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최고위원수를 3-5명 정도로 대폭 줄이는 당지도체제 개편문제가 세를 얻어가고 있다.

따라서 당의 최고권력기구인 최고위원회의는 내년 상반기중으로 예정된 정기전당대회를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그 모습이 바뀔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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