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부리포트 남녀성비 불균형

종교계를 중심으로 낙태관련 형법개정안의 수정 또는 삭제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등 사회에 만연된 인명경시 풍조를 바로잡아 보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낙태왕국이란 오명을 덮어쓰게 됐다. 기혼여성의 3분의 2가 낙태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정상출산의 2배에 달하는 1백50만~ 2백만명의 태아들이 세상의 빛을 보지못한채 어머니의 뱃속에서숨져간다는 끔찍한 현실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이처럼 낙태가 횡행하게된데는 무엇보다도 이땅의 남아선호의식이 한몫을 보탠 것이 사실이다.제 먹을 몫은 제가 타고 난다며 임신과 출산에 인위적인 조작을 하지않던 1960년대 이전만 해도 태아성별감별이니 낙태,남녀성비 불균형 따위의 문제가 결코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60년대들어 정부의 인구정책상 행하여진가족계획이 범국민운동으로 실시되면서 모든 국민이 산아제한에 적극 참여해온결과 연령별 인구의 수가 현재 24세미만 연령층에서 줄기 시작하는 등 인구정책이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 엉뚱하게도 남녀성비 불균형이라는 부작용을야기시킨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즉 남아선호의 구시대적 가치관이 전혀 바뀌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의 수만은 2자녀 이하로 고정관념화된데다 현대의학기술의 공헌으로(?) 불법적인 태아성별 감별이 성행,태아가 딸이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몇번이고 중절수술을 해버린 결과 생각지도 않았던 남녀성비의 불균형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것이다.

이같은 성비 불균형 실태는 유치원,국민학교 등에서 이미 뚜렷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의 모 국민학교의 한 학급을 보자. 여학생17명에 남학생 31명으로 14명의 남학생들이 여학생 짝이 없는 홀애비(?)군이돼 수업을 받고 있다. 비단 이 학교뿐아니라 대부분의 국민학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저학년과 유치원으로 갈수록,중소도시보다 대도시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남학생이 여학생 짝을 얻지 못하는 단순한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멀지않은 미래에 참으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것이 불을 보듯 빤하게 예측되는 데 사안의 핵심이 있다. 지금의 이 어린 학생들이 결혼적령기가 되는 21세기초에는 결혼상대를 못찾는 청년이 급증할 것이며,이로 인해 각종 성범죄가증가하게 되고 외국에서 신부를 구해오는데 따른 혼혈아의 증가 등 온갖 사회문제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남아선호로 인한 가임여성 부족과 그에따른 출산율 저하,인력부족 현상 등으로 산업의 침체나 산업구조의 조정도 예상된다.

태아성감별이 불법의료행위로 법규화돼 있지만 아직도 지인이나 친척간에는묵시적으로 성감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부인과 개업의 강모씨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들을 낳아야한다며 성감별을사정해올 때는 의사로서도 고충이 크다고 털어놓고 '일부 의사들의 비인도적행위도 근절돼야 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잦은 임신중절로 인한 심신의 후유증을 바로 인식,아내와 며느리의 건강이 남아선호보다 더 중요시될때 지금과 같은 이상 낙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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