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질병자 운전사고 위험률

차량보급대수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지난91년 20대 정신질환 청년이 훔친 승용차로 여의도광장을 질주,2명이 숨지고 21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에 이어 92년9월 정신질환 택시기사에 의한 22명의 부상사건 이후 대두된 차량운전의제한조치가 입법화돼 지난9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그러나 간질병자,정신질환자 등 병력이 노출된 사람도 현재 전문병원의 진단서를 첨부,시.도경찰청 면허계에 제출하면 5인으로 구성된 면허심사위원회에서 심사후 면허시험에 응시토록 허용해주고 있는데 해마다 숫자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

간질은 다른 만성질환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뿌리깊게 박힌 잘못된 인식과무지로 인해 환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사회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경련이 수개월 혹은 수년간 잘 조절돼온 환자들에게서도 경련의 재발가능성이 있어 이들의 사회활동이 여러모로 제한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정신질환자등 병력을 가진 운전자를 '움직이는 시한폭탄'으로 매도하기도 했으나 전문병원에서 이들의 병정도를 분류,위험이 높은 중증환자는 면허발급을 제한하되 정기적인 치료를 받아 완치됐거나 경련의 무발생기간이 일정기간(미국은 1년이상,유럽은 2년이상)을 경과한 사람은 운전을 허용해주는것이 합당하다는 것이 의료전문가들의 견해다.

사회문제와 환자의 권리가 상충됐을 때 일정요건을 갖춘 환자는 권리보호가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국내에는 간질을 포함한 급작스런 의식장애나 신체기능장애가 반복적으로 생길 수 있는 질환자의 차량운전에 관한 연구나 보고가 전무한 상태였으나 영남대의대 변영우교수(신경과과장)가 최근 간질환자의 면허취득과운전자에 관한 논문을 내 관심을 끌고 있다.

변교수는 이 논문에서 간질로 인한 사회활동의 제한도 자신이나 타인에게심각한 위해를 줄 가능성이 있을 때만 제한시키는 능동적이고 호의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교수가 대구시내 일부병원의 간질환자 1백94명(18~65세)을 대상으로 면허취득 및 실제 운전현황을 조사해 본 결과 이중 33%인 65명이 면허를 취득하고 있으며 실제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은 21%인 41명으로 나타났다.환자운전자중 경련상태는 17명이 전신마비 등 중증이며 21명은 국소마비,3명은 단순 운동성경련의 경증 상태로 이중 경련 무발생기간이 1년이상인 사람이 28명,간헐성 경련자가 10명이고 3명은 난치성 경련자로 조사됐다. 이들운전을 하는 41명의 간질환자중 차량사고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5명이며 운전중 경련으로 인한 사고자는 4명(물질적피해 뿐임)이고 1명은 기타사유로인한 사고로 나타났다.

면허소지자중 18명은 발병전에 면허를 취득했으며 47명은 발병후 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중 19명은 징병검사시 병력이 노출됐으며46명은 노출되지 않았는데 이중 35명은 군복무를 했고 26명은 간질 등으로징집이 면제됐으며 4명은 아직 징병검사를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간질환자 등은 징병검사시 병력이 드러나면 병무청에서 경찰청으로 통보,병력이 경찰청컴퓨터에 기재돼 면허시험을 치를 경우 자동체크,면허발급이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위 통계에서 나타난 것처럼 신체검사서 걸러지는 경우가 29%정도에불과해 나머지는 간질환자임에도 불구,전혀 노출되지 않은 채 운전면허를 획득,차량을 운전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간질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차량사고의 위험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반인에 비해 2배가량 사고율이 높다는 외국의 조사보고도 있다.

그러나 엔겔교수(미국 UCLA대학의 간질학자)가 만성질환자의 사고율과 비교한 결과 당뇨병환자는 6%,간질은 12%,심장 혹은 뇌혈관질환은 16%,알콜관련질환은 19%,약물남용은 32%로 나타나 간질이 다른 만성질환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은 사고율을 보여주고 있으며 경련에 의한 치명적 사고율은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교수는 "간질환자의 운전면허 응시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므로 환자에 의한 교통사고를 방지할 필요가 있고 운전하는 간질환자의 임상소견과 관련정보를 종합,의학적으로 통일된 운전허용기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또한 변교수는 "신경과학회내에 간질환자의 차량운전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해야하며 운전면허교부시 관계당국에서 체계적인 환자검색방법과 전문의료인이 포함된 심사위원회의 설치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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