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대여공세와 DJ

올 한해의 정국은 제1야당인 민주당이 문민정부의 개혁드라이브에 눌려 지내오다 하반기, 그것도 11월 들어서야 야권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표출화시킨 것에 특징이 있다.민주당의 금년 정국대처는 이기택대표가 {의원직사퇴}를 기습선언(11월21일)하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서 정치적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국회사에 유례가 없이 정기국회마저 거부한 채 12.12 군사반란자 기소관철투쟁을 주도해온 이대표가 느닷없이 7선의 의원직을 내던진 것이야말로 일단은 제자리를 찾고자 하는 야당의 고뇌를 읽을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올 정국의 대미를 장식한 12.12 기소투쟁은 그러나 대여투쟁의 성격과 함께 야권내부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정치권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대표의 의원직사퇴 파동은 특히 자신의 후원자였던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등원론}에서 촉발돼 이대표 진영과 당내 최대계보인 동교동계간 협력체제에 돌이킬수 없는 상처를 낳았다는 정가의 분석이다.

김이사장은 민주당이 12.12 장외투쟁의 발동을 걸 무렵 모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야당도 변해야 한다"며 국회등원을 촉구했으나 이대표는 이를 수용하기보다 "평당원이 한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동교동계의 수장격인 권노갑최고위원은 "정치선배이자 원로에게 오만불손하다"며 모욕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고 결국 이대표는 {의원직사퇴}라는 폭탄선언으로 맞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이대표의 의원직사퇴가 12.12기소관철을 통한 {정의실현}이라는 역사적 의미보다도 이처럼 당내용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의 복잡한 역학구조와도직결되기 때문.

김이사장의 정계은퇴후 민주당은 그가 관리자로 내세운 이대표와 김상현고문을 축으로 한 비주류, 실세인 동교동계, 재야출신의 개혁정치모임, 중도파인 김원기 조세형최고위원계 등으로 나뉘어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이사장은 여전히 당내 최대계보인 동교동계의 힘을 바탕으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이같은 막후 지배체제는 미묘한 정국현안에 대처하는데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민주당이 올해 최대 국정현안의 하나였던 북한핵문제에 대응하는데 있어서{일괄타결}과 {대북유화론}등을 내세운 것조차 김이사장의 입김에서 비롯된것이라는 뒷얘기까지 없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올해 대여공세 또한 {김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금년을 마무리짓는 의미를 갖고 있는 12.12 공세의 당내진통은 김이사장과 이대표간 {파워게임}으로 까지 해석된다.그러나 민주당은 이같은 당내 역학관계를 떠나 올해 연초부터 줄기차게 공세의 재료를 찾아 김영삼정부를 몰아붙였고 이로 인해 나름대로 잃었던 야당의 목소리를 다소나마 되찾은게 사실이다.

올들어 대여공세의 신호탄은 지난 3월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서 수정안 제출을 둘러싸고 정부측의 실책을 따지면서 시작됐었고 지난 대통령선거때의 자금의혹 시비를 불러일으킨 상무대 비자금 국정조사때도 민주당 공세는 만만치않았다.

조기현전청우종합건설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2백27억원의 정치자금 유입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민주당은 노태우전대통령과 민자당 김윤환 김영역의원등을증인으로 채택하자며 거센 공세를 편 끝에 국정조사권 발동을 끌어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수십명의 인명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참사를 맞아 민주당은 내각총사퇴요구끝에 전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 국민정서에 편승해 녹록치 않은 공세를 퍼부은 끝에 신임 서울시장마저 교체시키는데 까지 몰아 붙였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따로 떼놓을 수없는 김이사장의 금년 행보는 그의 정치재개에 관한 의혹을 증폭시켜 주었다.

그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한해동안 끊임없이 이어졌으며 연말께 터져나온 12.12 투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여권은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정국이 꼬일 때마다 {DJ 조종설}을 제기하곤 했다.

김이사장의 정치개입 시비는 지난 5월 대전일보와 회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본격화됐다.

당시 김이사장은 "내가 만일 정치를 재개하더라도 민주당이나 특정계파를업고 하지는 않겠다"고 언급, 지난 92년말 정계은퇴를 선언한 그의 의중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게 사실.

특히 박준규전국회의장 박철언전의원등 새정부들어 대표적 소외세력인 소위{TK인사}들과의 잇단 접촉과 박정희전대통령 15주기 추도위원회 고문직 수락등이 맞물리면서 {차기 대권도전에 대비}, {5, 6공 끌어안기}에 본격 착수한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동교동계의 나외연이 세확장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도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시선이 쏠렸다. 내외연은 올들어 류준상최고 정대철고문을 끌어들인데이어 김원기최고와 이철의원의 합류도 추진, {훗날에 대비하는 것아니냐}는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이러한 김이사장의 미묘한 행보는 김대통령을 의식한 언행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신냥김구도}란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기에 이르렀다.빈번한 외국방문도 예사롭지 않게 비쳐졌다. 그가 올해 두번이나 미국을 방문, 카터전미대통령의 방북에 깊숙이 관여하고 중국 러시아 필리핀 등을 다녀오자 "변화된 국제정세에 맞춘 대권수업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때문에 12월초 열린 아태지도자회의와 정계은퇴 2주년인 12월19일을 맞아대규모 {아태재단 후원의 밤} 행사등도 그의 원대한 정국구상과 연관해 풀이하는 등 그의 복귀가능성은 국민전체의 정서가 어떻든 어느새 정치권의 주요관심사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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