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 연말모임 참석여부 고민

세도사건의 여파로 공무원들이 괴로운(?)연말을 보내고 있다. 각종 송년모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요즘 공무원들이 과연 모임에 참석해야하는지의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다.최근 전국적인 세도현상이 빚어지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감이'공무원=도둑'이라는 극단적 해석을 하는 분위기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구청공무원 김준희씨(36)는 "최근에 나간 고향동창모임에서 자리가 무르익자세무비리 관련 이야기가 나오더니 급기야는 모두들 전체 공무원사회가 '비리의 온상'인양 성토하고 나서 변명 한마디 못하고 중간에 나왔다"며 "다시는모임에 나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며칠전 홍보위원연말간담회를 주최한 남구청 직원들은 뜻하지 않은 질문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위원들이 세무비리와 관련, "어찌 그럴수가있느냐"며 불만들을 터뜨려 '변명아닌 변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린 것.우연히 탔던 택시 운전사가 시청을 지나면서 "손님, 저기 도둑× 소굴 좀보세요"라며 온갖 욕설을 퍼부어대던걸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중견공무원 박모씨(45)는 "20년 공직생활에서 가장 큰 치욕"이라며 당분간 모임은 피할 생각을 굳혔다.

구청과장 송모씨(56)는 "엄청난 세무비리에 대해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없는게 공무원이지만 모두가 부패한 사람들로 매도되는 현실에는 가슴에 담아둔 말이 많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송씨는 또 "매정하게 몰아치기만 할뿐 어느 누구도 공무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이런 사회분위기가 많은 선량한 공무원의 자폐증(?)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애달아했다.

공무원들은 요즘 자신들만의 조촐한 모임을 통해 울분을 삭이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