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쌀제공의사 일정부 거절

지난주 일본 관서지방을 강타한 지진은 30만 이재민을 발생시켰지만 이들을위한 구호'쌀'을 두고 미국과 일본이 엉뚱하게 첨예한 이해관계를 보여 지진만큼이나 강한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지난 26일 미국 루지애나주의 에드윈 에드워드주지사는 이재민 구호품으로18t의 미국쌀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일정부에 전달했다. 워싱턴의 일본대사관은 "구호품 제의는 감사하지만 일본의 식량은 충분하다"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에 에드워드주지사는 "우리도 매년 허리케인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호의로 받아주면 좋겠다"는 동병상련의 뜻을 전했었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이날 에드웨드주지사의 기자회견. 여기서 그는 "이번기회에 일본인에게 미국쌀 맛을 톡톡히 보여줄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해 구호쌀 제공의 속뜻을 내비친것이다.

일본인들이 루지애나쌀을 먹음으로 일본쌀의 소비를 줄이고, 나아가 루지애나쌀맛을 들인 일본인들이 지속적으로 미국쌀을 찾게할수 있는 '전략적으로'좋은 기회라는 뜻이다.

미국쌀이 일본에 침투할 기회를 탐탐 노리던 미국으로서는 구호품 포장을 해서라도 강제로 상륙하고 싶었던 것이다.

미국의 주도면밀한 '속뜻'도 무섭지만 이를 알고 정중히 거절한 일본의 '속뜻'도 무섭다.

이번 지진을 미일간의 통상문제로 연관시켜 일본의 자존심을 건드린것은 미국보험업계. 지난해 남캘리포니아를 휩쓴 지진으로 70억달러 이상의 보험손실을 입은 미국의 보험회사들은 이 악몽을 떠올리며 고베를 지켜봤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이 일본보험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보험업진출을 막았기때문에 실제피해액이 얼마되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본의 시장장벽이 오히려 자신들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은 '초상집'같은 일본으로서는 여간 불경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미국은 루지애나주의 쌀외에 4만5천명의 일본주둔 미군들을 재해구호에 투입하겠다고 제의했다. 헬기와 전함들을 이용해 보급물자를 수송하고 부상자를후송하겠다고 했다. 또 미군창고를 보급품 보관장소로 사용하도록 개방했다.가장 절실하고 효과적인 구호를 미국이 제의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거부하고 담요와 20개의 텐트, 식수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시트만 받아들였다. 무작정 거부만 할수 없어 받는 시늉만 한 듯한 품목들이다.

일본은 2차대전의 쓰린 패배를 이번 지진에서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을 지도모른다. 미국은 또 2차대전때 동경폭격후에 폐허의 일본땅에 우뚝선 승리감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세기의 대재앙을 두고 '구호'와 '사양'의 이해를 따져보는 양국의 주도면밀함에 '세계화'란 단어가 떠올려진다.〈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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