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27)

나는 차에서 내리려 한다. 문을 어떻게 여는지 알 수 없다."여기서부터 걸어가겠다는 거예요?""예"

노경주가 잠시 무슨 생각을 한다.

"그럼 제가 데려다 줄께요. 온주시 명동 흥부식당 맞죠?"나는 머리를 끄덕인다. 차가 겨우 네거리를 빠져 나간다. 차들은 속력을 내지 못한다. 눈은 아스팔트 바닥에서 잿가루가 되어 튄다. 도시의 눈과 산골의 눈이 다르다. 산골은 흰 눈밭을 이룬다. 도시는 잿가루가 되고 만다. 내리는 눈이 조금 더 촘촘해진다.

"온주까지 삼십 분이면 갈 수 있는데 한 시간은 걸리겠는걸"노경주가 혼잣말을 한다.

차는 겨우 시내를 빠져 나온다. 차가 엉금엉금 기다 미끌어진다. 멈췄다 출발할 때, 헛바퀴가 돈다. 교통 체증은 시 외곽까지 이어진다. 비닐하우스와히말리야시타가 눈을 함빡 쓰고 있다. 정체가 심해 차들이 움직이지 못한다."어떡하죠?"

노경주가 나를 본다. 윤곽만 드러난 얼굴이 울상이다. 나는 다시 차에서 내리려 한다. 구멍이나 고리, 이것 저것에 손가락을 넣어 문을 밀어본다."차를 돌릴 수도 없는데, 혼자 가면 난 어떻하라구"

차 문이 열린다. 나는 차 뒤로 돌아간다. 차를 힘껏 밀어본다. 꼬마 차라 조금 움직인다.

"시우씨, 눈도 눈이지만 길이 막혀 차가 못나가잖아요"

노경주의 말에 나는 손바닥의 눈을 턴다. 갓길에는 멈춰 선 차들이 있다. 차바퀴 옆에 엎드려 체인을 감은 운전수도 있다. 나는 눈이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어둠 속에 억만 개의 눈가루가 끝없이 떨어져 내린다. 하늘에 대형 풀무가 있는 모양이다. 하늘이 풀무질로 땅에다 눈가루를 뿌린다. -서양의 철학과 과학의 시조는 비씨(BC)6세기, 그리스의 탈레스란 사람이지. 그가처음으로 일식을 예언했어. 최초의 천문학자인 그는 우주의 바탕을 물로 생각했지. 땅은 물에 뜬 원판이요 하늘은 물에 뜬 물통이라 말했어. 물통이 뒤집히면 일식과 월식이 생긴다고 믿었지. 그의 주장은 틀렸으나, 그는 처음으로 우주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 했어. 어느 여름 날, 마당의 평상에 앉아 아버지가 말했다. 밤 하늘에 별들이 금싸라기처럼 뿌려져 있었다. 물통이 뒤집혀 물이 쏟아진다. 땅으로 내려오면 눈이 될까. 하늘을 올려다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시우씨,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차를 다시 밀어봐요"

노경주가 창으로 얼굴을 내밀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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