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 운영 실태가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선거 관리 부실 논란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 청사 내 골프 연습, 복무 비위,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견제와 감시의 사각지대 속에서 방만하게 운영돼 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공정한 선거를 책임져야 할 기관이 오히려 '신의 직장'이라는 평가 속에 특권과 안일함에 젖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에 골프 연습까지
대구지역 선관위의 조직 관리 문제가 잇따라 공론화되고 있다. 선거공보 발송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직원의 기강 해이 모습까지 SNS를 통해 확산되며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 중구선거관리위원회 청사 4층에서 직원이 골프 스윙 연습을 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졌다.
해당 직원은 "점심시간에 한 차례 연습한 것은 기억나지만 이후에도 연습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간에는 별도의 방범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중구선관위 직원 A씨를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의 사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조직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에서는 "세금이 아깝다", "선거 관리도 못 하면서 골프 연습이냐", "신의 직장 아니냐"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는 평가다.
앞서 달성군 화원읍선관위에서는 지역 한 아파트 44가구(80명)에 발송돼야 할 선거공보가 누락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해당 선거인들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리는 공문을 뒤늦게 발송하면서 허술한 공보물 관리 실태를 노출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성이 외부 통제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감사원의 일반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되고 국회의 견제 역시 제한적인 만큼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처럼 비춰진다는 것이다.
조직 내부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선거철마다 휴직자가 급증하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올해 5월 말 기준 선관위 휴직자는 181명으로 전체 정원의 약 6%에 달했다.
이는 이번 지방선거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진 2022년에도 3월부터 6월까지 휴직자가 200명을 넘었다. 반면 선거가 없는 시기에는 휴직 규모가 다시 감소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선거를 관리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휴직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유성 출장 논란에 빠른 승진
해이해진 조직 기강은 각종 복무 비위로도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강원선관위 소속 한 직원은 연가 승인 없이 10박 11일 일정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 이미 사용한 연가 25일을 병가로 변경하는 이른바 '셀프 결재'를 했다. 이 직원은 무단결근 100일과 허위 병가 81일 등을 정상 근무로 처리해 급여 3천8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출장 문제도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선관위 공무국외출장 자료를 보면 지난해 9~11월 석 달 동안 진행된 해외출장은 모두 19건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유럽 지역이었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역시 지난해 덴마크와 스웨덴을 방문해 선거제도 운영 사례를 살펴봤다.
선관위는 개표 투명성 강화와 선거제도 연구 등을 출장 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 관리 부실 논란이 잇따르면서 출장의 성과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선관위는 다른 공직사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승진 기회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 지방직 9급 공무원이 간부급인 5급으로 승진하는 데 통상 30년 가까이 걸리는 반면 선관위 공무원은 20년 안팎이면 5급 승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직인 1급까지 오를 가능성도 다른 조직보다 높은 편이다.
해외 공관 근무 경험이 있는 대구시 한 공무원은 "선관위는 승진 기회와 해외 파견 기회가 많아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며 "특히 재외선거관은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외교관 수준의 처우를 받지만, 실제 업무 상당수는 재외국민 선거 홍보나 교민·향우회 관리 등에 집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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