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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중에 개를 키우는 이가 있는데 가끔씩 개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근자에 들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얼마전에 개밥때문에 부부싸움을 했다고 한다. 김밥을 싸서 야외로 나들이를 갔다온 휴일 저녁이었다. 남은 김밥으로 저녁 식사를 대신하려고 한입 넣었는데 살짝 쉰내가 났다. 포근했던 봄기온 때문이었던 모양이었다. 이 친구는 그 사실을 부인에게전했다. 거기까지는 별 일이 없었다. 친구의 부인은 새벽잠을 설치며 일어나정성들여 싼 김밥이 아까웠던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은 김밥을 개밥 그릇에담았다. 그걸 본 친구가 버럭 역정을 내었다. 우리가 먹지 못해 버리는 것을왜 개에게 주느냐는 거였다. 친구의 부인도 짜증을 내었다. 개가 사람하고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느냐고 따졌다. 친구는 개에게도 지켜야할 최소한의예의가 있는 법이라고 부인을 타박했고 부인도 그런 논리가 어디 있느냐고반박했다. 개에게 적용되는 윤리와 인간에게 적용되는 윤리가 어떻게 같을수가 있느냐는 거였다.사소한 개밥 문제로 지금껏 냉전상태라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나는 '인간에대한 예의'라는 어느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의 표제를 떠올렸다. 아직 그 책을읽지 못해서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의 현실이 행여 '인간에 대한 예의'가 소설의 표제로까지 강조되어야 할 지경에이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부부 사이라서, 부모 자식 사이라서, 가까운 친구사이라서, 아니면 생판 모르는 사이라서 행여 '인간에 대한 예의'를 소홀히 행했던 적은 없었는지 뒤돌아보게 하는 친구의 이야기였다.

양선규씨〈소설가·대구교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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