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형구 전노동 수사배경 전망

이형구 노동부장관에 대한 검찰의 전격수사 및 사법처리 방침은건국이후 현직 장관에 대한 첫 구속으로 이어지면서 정·관·재계 및 노동계에 까지 엄청난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이장관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은 현직 장관도 사정의 예외가 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정부의 '성역없는 사정'의 결실로 평가할 수 있다.그러나 노사 분규가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노동주무 장관이 비리로 형사처벌받게 됨에 따라 정부로서는 향후 노사분규 대처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게됐다.

또한 금융권은 작년 10월 김영빈 수출입은행장의 전격사퇴로 시작, 11월 윤순정한일은행장의 석연치 않은 퇴임, 그리고 지난달 봉종현 장기신용은행장의구속에 이은 '금융권 사정'의 흐름으로 이번 사건을 파악, 향후 검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이 이장관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게 된 것은 수백에서 수천억원 단위로저리의 장기 시설자금을 대출해 주는 산업은행의 임직원들이 대출업체들로부터검은돈을 받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부터.

지난 54년 설립된 산업은행은 주요 산업과 사회간접자본의 장기 설비금융을전담하는 특수은행으로 국내 장기설비금융의 40% 가량을 점유하고 있으며 외자조달과 외채 관리를 하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화를 주무르고 있는 국책은행.

시중이율보다 월등히 낮은 연리 6% 가량의 이자만 물면 2년거치 5~8년 상환조건으로 거의 무한정한 자금을 끌어 쓸 수 있는 산업은행 시설자금 대출은 기업으로서는 특혜나 다름없는 것.

산업은행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일정정도의 대출조건만 구비하면 대출을 해주고 있으나 대출 여부는 은행장의 재량이기 때문에 엄청난대가가 오간다는 것이 금융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대출 자금이 수백 수천억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대출커미션도 최소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른다"면서 "그러나 국책은행이기때문에 그동안 사직당국의 수사대상에서 제외돼 왔다"고 말했다.특히 산업은행이 과거 정권에서 사정의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정치자금 창구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거액 대출 조건으로 정권에 정치자금을 상납하면서 정치인과 기업이 공생관계를 유지,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를 꺼려온 사직당국의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민정부 들어이같은 음성적 정치자금 조달이 사라지면서 은행장과은행간부들이 자신의 사복을 챙기는 형태로 대출관행이 변질, 산업은행장의 개인비리가 생겨나게 됐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때문에 검찰의 이번 수사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산업은행의 대출비리에 대한 검찰의 '손보기'로 일단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이장관이 산업은행장 재직시 엄청난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지난해부터 금융계를 비롯한 재계에 퍼지면서 검찰의 정보망에 걸려든것.이원성 중수부장은 "이장관이 장관에 임명된 직후인 지난 1월께 좋지 않은소문이 시중에 나돌아 사실 확인 차원에서 내사를 벌여왔다"면서 "내사결과 일부 혐의사실을 확인했지만 현직장관이기 때문에 수사에 위험부담이 많아 내사기간이 길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장관의 비리가 단순한 루머 단계에서 구체적인 내사 단계로 접어들게된 계기가 지난 3월의 덕산그룹 수사였다는 주장도 신빙성있게 제기되고 있다.덕산 박성섭 회장이 산업은행으로부터 1천3백여억원의 시설자금을 대출받은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이던 중 이장관의 수뢰사실이 밝혀지게 됐다는 것.검찰은 혐의사실을 파악하고서도 현직 장관이라는 점 때문에 은밀히 내사를진행해 오다 이 사실이 불거져 나오면서 결국 본격 수사로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 현대자동차, 한국통신에 이어 민노준 산하 기업들의 쟁의돌입일정이 구체화되는 등 노사분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 주무 장관의경질과 사법처리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 이번 주말까지는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신속 수사 방침을 확인했다.검찰의 이번 수사는 산업은행의 고질적 비리 수사라는 점에서 산업은행 임직원들이 몇명이나 수사대상이 될 것이냐도 상당한 관심거리.검찰은 " 이 장관 외에 현재 3명의 전직 간부에 대해서만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금융권에서는 현직 간부가 상당히 연루됐을 가능성과 함께 수사대상인 전직 간부들도 모두 산업은행 자회사의 사장 등 임원이어서 산업은행은 사상최대의 사정회오리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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