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안전문화추진중앙협의회'유감

29일 오전 정부 제1종합청사에서는 대구 시민이라면 한번쯤은 귀가 솔깃해질기구가 출범했다. 관련부처 장관과 각계 대표 등 15명에다 국무총리가 의장으로 돼있는 '안전문화 추진 중앙 협의회'가 바로 그것.대구 가스폭발 참사의교훈을 잊지않기 위해 '범국민적인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려는 것이란다.

이보다 사흘 앞서 이홍구국무총리는 한국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 연설에서 사고 방지를 위한 정부측 결의를 재다짐했었다."엄청난 충격에서 벗어나 모두가 힘을 합쳐 빠른 시일내에 정상을 회복하고있는 대구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금년내내 안전 제도, 안전 관리,그리고무엇보다도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해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그러나 총리 연설에서는 '안전'을 수차례나 언급했지만 대구사고와 관련, 짚고넘어갔어야만 할 중요한 대목들은 빠졌다. 새로운 협의체까지 만들 정도의정부측 '열의'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예상대로 한 패널리스트가 관련 고위공무원들을 처벌하지않은 점을 캐물었으며 이총리는 "물론 도의적 측면에서라면 책임을 져야한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의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성수대교 붕괴 당시 서울 시장 등 고위 공무원들은 대구시의 경우와 달리 어떤 '엄격한' 법적 책임이 있어 물러나야만 했는가. 사망자수도 상인동가스폭발에 비해 3분의 1도 채안되는데 말이다.

때문에 이같은 총리 발언 사흘뒤 '…협의회'를 출범시킨 정부측 행보는 다소어지럽다는 느낌이 앞선다.

물론 협의회를 축으로범국민적인 안전 의식을 정착시키겠다는 정부측 의지자체는 높이 살 만하다. 더욱이 법-제도적인 측면만을 강조한 종래의 시정에서벗어나 앞으론 이에 더욱 중점을 두겠다고 한다.

그러나 의식운동이란 것은 실천에 옮기기가 지난하며 중도에서 흐지부지되기십상이다. 이때문인지 벌써 "6·27 선거를 대비한, 허울만 번드레한 여론 무마용"이란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생활화하자', '이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자'는 등 이날안전문화 추진 중앙협의회 첫 회의에서 쏟아졌을 법한 말의 홍수들이 과연 아들, 딸과 부모까지 졸지에 가슴에 묻어야했던 많은 유족에게는 물론 대구시민에게 얼마나 호소력을 가질 수있을는지….

〈서봉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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