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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전' ·'사죄' 빠진 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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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립여당이 6일밤 합의한 전후50년에 즈음한 국회결의안은 당초 예정과는 달리 '불전'과 '사죄'문구가 삭제된 속빈 강정에 불과했다. 이 결의안은 '세계의 근대사상에 있어서의 다수의 식민지 지배'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식민지 지배는 일본뿐아니라 구미열강도 참여했음을 간접 주장했으며, 아울러 구미가 사과하지 않으면 일본도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이 결의안은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행위에 대한 사과는 해야하나 마음속깊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사죄는 하기 싫었기 때문에 그럴듯한 언어구사력으로 카무플라주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언론들도 이 결의문에 대해 '일본어의 애매성을 극도로 악용한 문서'라고 혹평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결의안에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하여 동남아각국에 대한 식민지지배 또는 침략행위에 대한 언급이 없어 과거 일본 총리들이 건성으로 표명한 '과거반성' 수준을 넘지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사회당이 주체가 되어 구상하고 있었던 국회결의안은 '불전'과 '사죄'가명백한 문구로 삽입될 예정이었지만 자민당과 신진당의 반대세력들이 완강하게거부하는 바람에 추진되는 과정에 다소 희석되어 묽어져 버렸다. 이날 연립3당의 간사장·서기장회의에서 사회당의 구보와타루(구보선)서기장은 일본의 침략행위와 식민지 지배 사실에 대한 반성의뜻을 포함시키자고 강력히 주장했었다. 그러나 자민당측은 부전결의반대세력들의 주장대로 거부했다. 그러다가 이날밤에 속개된 2차회의에서 자민당의 모리 요시로(삼희랑)간사장이 전격 수용함으로써 결의안은 타결을 보았다.

지금 일본에는 평화의 이념아래 인류공생의 미래를 위해 과거에 저질렀던 나쁜 행위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고 아울러 경제대국인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탈바꿈하여 과거 식민지 지배와 같은 침략전쟁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자는 운동이일고 있다. 현 총리인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하타 쓰토무(우전자)전총리가 그러하고 호소카와모리히로(세천호희) 전총리는 93년 한일정상회담에서창씨개명등 역사적 사실을 열거하면서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적도 있다.그러나 배타적 민족주의와 우월주의에 빠져있는 일본의 정치인들과 많은 일본국민들은 '사과하는 정부'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인들의 마음속에는 겉으로는 사과하는체 하지만 속으로는 '침략할수 있었던 과거'를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 전외상의 망언이 서슴없이튀어나오고 있는지 모른다.

일본 언론들은 와타나베의 망언을 두고 '역사도 부끄럼도 모르는 정치가'라고 혹평했으며 결의안을 보는 시각도 매우 부정적이다. 진정한 사과는 미사여구로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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